최근 남자 배구대표팀의 선전이 화제다. 한국(세계 23위)은 월드리그 대륙간 조별리그 D조에서 쿠바(4위)에 1승 1패, 프랑스(12위)에 2연승을 거뒀다. 달라진 한국 배구에 팬들과 관계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박기원 대표팀 감독(60·사진)이 접목시킨 빠른 배구는 성공적이었다. 14일 경기 수원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 감독은 “3주 연습한 것치고 빠르게 적응한 선수들의 열정이 고맙다. 세계적인 흐름인 빠른 배구에 한국 배구도 적응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지난해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LIG손해보험 사령탑을 사임했다. 2007년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28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금의환향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실패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한국 문화를 제대로 몰랐다”고 운을 뗐다. “지도자는 팀과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면 성공할 수 없어요. 이탈리아에서 선수와 면담한 뒤 ‘예’라는 대답을 들으면 그 선수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예’라는 대답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었죠. 저는 한국인이라 당연히 한국 사람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대표팀 감독을 맡기 전까지 1년간 박 감독은 한국배구연맹 경기위원을 지냈다. 박 감독은 “3년간의 국내 감독 생활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에서의 지도자 생활에 대한 해답이 100%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표팀에서는 내가 실패했던 부분을 잘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월드리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예선을 위한 과정 중의 하나다. 한국은 18, 19일 광주에서 쿠바와 다시 맞붙는다. “월드리그는 빠른 배구를 위한 준비 단계일 뿐입니다. 올림픽 예선을 통과한다면 한국 배구는 분명 바뀌어 있을 겁니다. 28년 만에 귀국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제가 한국 배구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수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박기원 감독은?
△생년월일: 1951년 8월 25일 △출신교: 밀양 동명중-부산 동아중-부산 성지공고-한양대 △선수 주요성적: 1972년 뮌헨 올림픽 7위,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 2위,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6위,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 우승 △지도자 경력: 1982∼2003년 피네토 등 이탈리아 12개 프로팀 감독, 2003∼2006년 이란 대표팀 감독, 2007∼2010년 LIG손해보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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