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팀 옮기고… 아파서 쉬어도… “승부조작 오해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축구연맹, K리그 선수 모두 모아 1박 2일 워크숍

프로축구 선수단이 축구장이 아닌 회의장에 모두 모였다. 16개 구단 선수와 코칭스태프, 직원 등 1150여 명은 31일 강원 평창군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K리그 워크숍에 참석했다.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뒤 대표팀 차출 선수와 부상이 심한 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최근 승부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1박 2일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듯 부상 중에 목발을 짚고 나타난 선수도 있었다.

○ 선수들 “제의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선수들은 “너희 팀은 괜찮아”란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교육을 통해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고 예방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승부조작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직접 제안 받은 적도 없고 다른 선수들이 가담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일부는 자신이 소문의 당사자가 된 것을 알고 펄쩍 뛰었다.

올해 성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최성국은 자신의 이적 이유가 승부조작 때문이라는 소문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인 인천 유병수도 최근 부상으로 쉬고 있는데 자신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승부조작 때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최성국은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이제 지친다”며 “제안조차 받은 적이 없고 만약 내가 떳떳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병수도 “부상으로 쉬고 있는데 그런 소문이 돌아 당혹스러웠다”며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 연맹에서 조사를 위해 개인 정보를 요청한다면 흔쾌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소문에 대해 감독들은 부인했다. 인천 허정무 감독은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했다. 다른 감독들도 “소문만 돌았지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 연맹, 개인정보 제공 동의 서약서 받기로

연맹은 승부조작을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1일 오전 워크숍이 끝나는 대로 선수들에게 개인정보 제출에 동의하는 서약서를 받기로 했다. 의혹이 생기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통장계좌 입출금과 전화통화 기록, 컴퓨터 사용 내용 등을 구단과 연맹에 제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연맹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 서약서’를 모든 선수들에게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승부조작 등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가 대포통장을 이용하거나 복수의 통장 중 문제가 없는 것만 제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화 기록도 선수가 직접 뽑아 제출하는 형식인 만큼 객관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박용철 연맹 홍보부장은 “사법권이 없는 연맹으로선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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