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vs 연예인 자선경기 여는 ‘희망의 농구 전도사’ 한기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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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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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사랑의 덩크슛

《주머니에서 꺼낸 명함지갑이 두툼했다. 농구교실 대표, 위생가전제품 제조업체 이사…. 다양한 업종에 몸담고 있는 그가 최근 새 직함을 얻었다. 농구 올스타 희망 나눔 자선행사 조직위원장. 1980년대부터 10년 가까이 국내 최고의 센터로 이름을 날린 한기범(47) 얘기다.》

한기범은 올해 어린이날인 5월 5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희망농구 올스타’라는 뜻 깊은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 심장병 환자와 다문화가정, 농구 유망주들에게 농구를 통해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움도 있어요. 무엇보다 어려운 분들에게 더 많은 따뜻한 손길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관련 홈페이지 주소(www.yeshan21.com)도 좀 알려주세요.”

이번 이벤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트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연예인 농구팀과 한판 대결을 펼치고 길거리 농구, 농구 묘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 수익금은 자선기금과 장학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스폰서를 모으느라 하루해가 짧기만 한 한기범은 “나 역시 두 차례 심장수술을 받아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보면 더 안쓰럽다.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에는 초중고교 농구팀이 전무한 실정이라 불모지에서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가 입소문이 나면서 프로농구 삼성 구단이 기념품을 제공했고 이충희, 강동희, 김유택 등을 비롯해 선후배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207cm의 큰 키로 중앙대와 실업 기아 시절 고공 농구의 진수를 펼쳤던 한기범(15번)이 1995년 농구대잔치에서 기아에 통산 6번째 우승을 안긴 뒤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7cm의 큰 키로 중앙대와 실업 기아 시절 고공 농구의 진수를 펼쳤던 한기범(15번)이 1995년 농구대잔치에서 기아에 통산 6번째 우승을 안긴 뒤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7cm의 큰 키인 한기범은 중앙대와 실업 기아 시절 고공 농구의 진수를 펼치며 1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발목, 무릎 등의 잦은 부상으로 프로 출범 직전인 1996년 은퇴한 후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이란 병마와 싸웠다. “아버지와 동생이 모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다행히 두 차례 수술로 요즘은 농구까지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죠. 완쾌하기까지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이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방송인 활동, 키를 크게 해준다는 건강식품 판매, 카센터 사장 등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은 한기범은 유니폼을 벗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운동만 하다 보니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사례가 쏟아집니다. 조심스럽고 확실하게 접근해야 해요. 선수 때야 어떻게든 슬럼프를 극복하곤 하지만 사업에서 재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최근 남녀 프로농구에는 한기범과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기생 유재학(모비스), 추일승(오리온스), 정덕화(국민은행)를 비롯해 후배 허재(KCC), 강동희(동부) 등이 지도자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기범은 “가르치는 일에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젠 새 영역을 개척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당시 기아를 이끌던 방열 감독은 최고의 지략가였다. 그 밑에서 잘 배운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방 감독은 대학 교수를 거쳐 총장까지 올랐다. 중앙대 시절 은사였던 정봉섭 감독은 아직도 일본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하신다. 70세 전후의 고령에도 뭔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웃었다.

글·사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기범::
△생년월일=1964년 6월 7일 △체격=207cm, 92kg △신발 사이즈=320mm △가족 관계=부인과 두 아들 △출신교=천안 입장중-명지고-중앙대(82학번) △농구 시작=중학 2년 △은퇴=1996년 △주요 경력=국가대표(1983∼1993년),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은메달, 1986년 실업 기아 창단멤버, 1990년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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