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전 ‘뒤바뀐 운명’…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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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7시 00분



K리그 초반 FC서울과 대전 시티즌의 자리바꿈이 주목된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15위로 추락했고, 대전은 2위까지 뛰어 올랐다. 1무2패와 2승1무.

공교롭게도 서울과 대전은 똑같은 말을 외친다. 20일 전남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한 서울 황보관(사진) 감독은 “선수들이 FC서울이라는 프라이드를 걸고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우리 위상다운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경남FC의 돌풍을 홈에서 잠재운 대전 선수단도 비슷한 말을 해왔다. 킥오프 전, 대전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항상 “우린 대전이다”를 외친다.

“우린 ○○다”를 똑같이 가슴 속에 새기건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서울은 K리그를 이끌어왔다는 전통의 명가로서 자존심이 자만심으로 바뀌었다면 ‘가난한 시민구단’ 대전의 외침에는 줄곧 이어져온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독기가 서려있다. 서울처럼 정상은커녕, 꼴찌 다툼에도 벅찼던 대전이었다.

대전 왕선재 감독은 “선수들이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고 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서울과 대전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력과 의지가 이러한 상황을 빚어냈다.

팀 조직력에도 차이가 있다. 3라운드까지 서울은 분명 ‘안 되는 집안’이다. 고질로 지적돼 온 모래알 조직력이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다. 개인기에 의존할 뿐 아니라 ‘골 넣는 법’까지 잃어버렸다. 제파로프-몰리나-데얀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용병 공격진 3인방도 무용지물이었다.

반면 대전은 철저한 무명이다. 내세울 게 없으니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대전 골키퍼 최은성은 “후배들의 설움이 큰 게 실전에선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브라질 용병 박은호는 2007년 대전의 6강 신화를 이끈 데닐손-슈바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다. 대전의 정신력이 돋보이는 시즌 초반이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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