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대표’ 비트 vs ‘평창 대표’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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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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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 현 피겨여왕,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홍보 맞대결

닮아도 너무 닮았다. 현란한 기술과 매혹적 자태를 겸비한 미녀 스포츠 스타. 클래식과 팝 음악을 넘나드는 팔색조 연기력. 겨울올림픽의 꽃인 전현직 피겨여왕. 빙상 위의 엔터테이너 카타리나 비트(46·독일)와 김연아(21·고려대) 얘기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놓고 강원 평창과 독일 뮌헨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연아와 비트가 있다. 이들은 자국의 홍보 주역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표심 잡기에 나선다.

○ 집행위원장 비트 vs 홍보대사 연아

비트의 현 직함은 2018년 뮌헨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IOC 평가단의 뮌헨 현지 실사의 핵심이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기간 때는 IOC 위원 90여 명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IOC 실사에선 프레젠터로 참가해 뮌헨을 홍보하고 있다.

김연아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 홍보대사다. 비트와 달리 홍보행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 대신 21∼27일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피겨선수권에 출전한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1년여 만의 공식 대회에서 여왕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평창도 알리겠다는 각오다. 평창 유치위 관계자는 “김연아 소속사와 4월 3∼8일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츠 어코드 행사부터 홍보대사로 활동할 것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본드걸 연아 vs 잭슨 춤 비트

선수 시절 비트와 김연아는 여러 면에서 비교 대상이다. 비트는 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을 2연패했다. 캘거리 대회 당시 비제의 카르멘 음악에 맞춰 죽음을 앞둔 카르멘을 표현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프로로 전향한 뒤 아이스쇼에서 마이클 잭슨의 전매특허인 문 워크(앞으로 스텝을 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로 움직이는 댄스 기법)를 선보이며 피겨 팬의 가슴을 녹였다.

김연아의 끼도 비트 못지않다. 열정적인 탱고의 여인부터 섹시한 007 본드걸까지 천의 얼굴을 선보였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죽어서까지 인연을 지키려는 비련의 여인 지젤(쇼트프로그램)과 한국 전통의 아리랑(프리스케이팅) 음악에 맞춰 새로운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트는 지난해 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않길 잘했다”며 “그는 점프와 연기가 완벽해 현재로선 경쟁할 선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도 미셸 콴(미국)과 함께 비트가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혔다.

전현직 피겨여왕은 서로를 최고의 스타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맞대결에서 웃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이들의 빙상장 밖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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