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오키나와 통신] 임창용 완벽투…“병현아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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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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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과 연습경기 1이닝 2K 무실점
최고146km…내야 벗어난 타구 전무

임창용. 스포츠동아DB
임창용. 스포츠동아DB
이닝을 끝내는 데에는 13구로 족했다. 라쿠텐 타자 3인은 총 9번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유격수 땅볼 1개를 제외하면 전부 파울 아니면 헛스윙이었다.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는 단 1개도 없었다. 유격수 땅볼 그리고 삼진, 삼진. 최고구속 146km 직구로 윽박지른 압도적 피칭이었다.

야쿠르트 마무리 임창용이 24일 우라소에 구장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시즌 첫 실전 등판에서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 2삼진으로 틀어막고 건재를 과시했다. 2-2로 맞선 5회초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임창용은 라쿠텐 2번 좌타자 히지리사와 료와 첫 대결을 했다. 히지리사와는 5구 중 4차례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힘에서 밀렸다. 결국 볼 카운트 2-1에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 아웃됐다.

또 좌타자인 3번 마스다 신타로 역시 볼 카운트 2-1에서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이어 4번 우타자 랜디 루이스를 맞아서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몸쪽을 공략해 파울을 유도한 뒤, 결정구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마지막 공은순간적으로 거의 오버핸드 투수처럼 팔을 올려서 던지는 변칙 투구폼으로 루이스를 현혹시켰다. 바깥쪽 빠지는 볼이었는데 방망이가 따라 나가게 만드는 위력이었다.

레벨이 다른, 흠잡을 데 없는 완벽투구였으나 정작 강판 직후 만난 임창용의 생각은 달랐다. “라쿠텐 타자들도 컨디션이 안 올라온 덕분이었다. 결과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밸런스가 약간 좀 안 맞았다”고 냉정한 자평을 내렸다.

임창용은 “볼이 반대로 가더라. (포수가) 바깥쪽 사인을 줬는데 몸쪽으로 가고, 몸쪽 사인을 줬는데 바깥쪽으로 가고”라며 웃었다. 밸런스가 흐트러져 컨트롤이 안 잡힌 대목이 마음에 걸린 기색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마음먹은 대로 공이 안 가는 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곧 구위가 절정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임창용은 현재까지의 훈련 진행상황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80%의 컨디션이다. 지금까지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100% 전력으로 던졌다. 주무기는 직구이기 때문에 직구가 통해야 다른 구질도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범경기이니까 직구 비중을 크게 가져 가겠다”고 밝혔다. 직구-슬라이더 외에 본격 장착을 계획한 커브는 던지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한번씩 던져 보겠다”고 말했다.

향후일정에 대해 임창용은 “오키나와에서는 끝난 것 같고 삿포로로 가서 다음경기를 던진다”고 알려줬다. 굳이 연습경기에서 테스트할 필요조차 없다는 임창용을 향한 견고한 믿음이 감지된다. 야쿠르트 입단 후 3년간 33→28→35세이브를 성공시킨 임창용은 일본 통산 100세이브에 4개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임창용은 경기 전과 후 두 차례에 걸쳐 고향 광주의 3년 후배인 라쿠텐 김병현과 재회했다. 임창용은 “연습시간이 안 맞아 깊은 얘기를 못 나눴는데 이제부터 해야겠다”며 김병현이 훈련 중인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했다.

우라소에(일본 오키나와현) |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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