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브라질 전훈캠프를 가다] 염동균, 방어율 0·우승…쌍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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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7일 07시 00분


이운재에 등 떠밀려 전남서 전북으로 이적
상처 받았지만 새로운 도전 앞에 정신 번쩍
군대 고참 김상식·이동국형과 사고 칠 것

강릉상고를 졸업한 까까머리 청년 염동균(28·전북 현대)이 광양 땅을 밟은 건 2002년이었다.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돼 월드컵 4강에 젖어들었던 바로 그 해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첫 해와 두 번째 해 통틀어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2004년 상무에 다녀온 뒤 기량이 만개했다.

이후 매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하며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국가대표에 뽑혔고 팀 내 최고 연봉자로 자존심도 세웠다. 그렇게 K리그에서 8시즌을 났다. 상무 시절을 빼면 7년을 전남 드래곤즈 골문을 지켰다.

광양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작년 말 염동균보다 꼭 10살 많은 이운재가 전남으로 이적해 온다는 말이 무성했다. 소문은 현실이 됐다.

전남 정해성 감독은 이운재-염동균 더블 스쿼드를 원했지만 염동균이 고개를 저었다. 주전자리가 보장된 팀을 원했고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전화위복 계기로

전북 입장에서 염동균은 최선책이 아니었다. 차선책이었다. 원래 정성룡 영입을 적극 추진하다가 잘 안 되자 염동균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운재에 밀려 정든 팀을 떠난 그에게는 적지 않은 상처였다. 그러나 염동균은 정해성 감독에게 오히려 감사를 표시했다.

“정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올 시즌도 그렇게 현실에 안주했을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24일 이적 발표가 나자마자 저녁 비행기로 전훈지 브라질로 왔다. 미국 LA를 거쳐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0점대 방어율’과 ‘팀 우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수십 차례 되뇌었다.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유니폼을 갈아입고 오후 훈련에 합류했다. “작년 시즌 끝나고는 어느 때보다 훈련을 많이 했다. 몸이 가뿐하다.”

전북에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두 선배가 있다.

김상식(35)과 이동국(32)은 염동균과 함께 상무에서 뛴 하늘같은 고참이다.

특히 당시 일병 이동국이 초반에 어찌나 군기를 세게 잡았던지…. 그런데 브라질 전훈 룸메이트가 이동국이다.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까치발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호랑이 고참이긴 했나보다. 좋은 기억도 있다. 셋이 함께 있었던 2004년 상무는 K리그 8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젠 전북 우승 위해 상식이형, 동국이형이랑 함께 뛰겠다.”상파울루(브라질)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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