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큰 K리그 영건들, 아시아 호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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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부상 박주영 대타로 출전 4골 폭발 - 지동원, 전경기 선발 나서 ‘원톱’ 100% 소화
윤빛가람, 우승길 최대고비서 천금의 결승골 - 국내파 공격수들, 해외파 그늘 벗고 맹활약

4골로 득점 공동 1위인 구자철(22·제주), 모든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지동원(20·전남)에 이어 23일 이란과의 8강전 결승골의 주인공 윤빛가람(21·경남)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준결승전까지 올라오는 동안 반가운 사실은 그동안 해외파의 그늘에 가려 있던 국내파의 활약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축구에서 해외파 비중은 점점 커졌다. 급기야 이번 대회에선 대표팀 23명 중 12명이 해외파로 대표팀의 과반수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이 구자철, 지동원 등 K리그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활약한 젊은 공격수들을 공격의 핵심 포지션에 중용하고 이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결과적으론 국내파의 활약이 오히려 두드러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회 직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빠진 박주영(모나코)의 공백이 국내파 공격수들의 성장 계기를 마련한 셈이 됐다.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인 구자철은 이번 대회 직전에야 지동원의 뒤를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지만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해 내면서 골도 4골이나 터뜨렸다. 장신(187cm)임에도 유연한 볼 터치, 위치 선정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지동원은 한국의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공격수에게 요구하는 조 감독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이란과의 8강전에선 ‘조 감독의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윤빛가람이 후반 36분 구자철과 교체돼 들어가 연장 전반 15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윤빛가람은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뛴 유망주였지만 중앙대 진학 이후 부상 등으로 깊은 슬럼프를 겪으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 하지만 2009년 말 경남에 입단한 뒤 지난해 K리그 신인왕을 받을 만큼 성장했고 대표팀에서도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날 팀에 꼭 필요한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국내파들의 활약은 K리그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준우승을 일군 박경훈 제주 감독을 포함해 많은 K리그 지도자들이 정확하고 빠른 패스 연결을 중요시하는 선진 축구를 지향해 온 것도 이번 대회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 또 취임 때부터 장기적인 시각에서 차세대 공격수들을 발굴해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조 감독이 실제로 과감하게 어린 선수들을 발탁해 실전에서 테스트해 온 것도 국내파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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