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단 한경기 뛴 김태훈이 SK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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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7시 00분


야신의 ‘마지막 작품’ 김태훈 스토리

2009년 입단…고교야구 첫 퍼펙트 달성
팔꿈치 고장 작년 고의4구 유일한 기록

임의탈퇴 순간 야신 “내가 키운다” 선택
부상 아픔 훌훌…직구 140km 중반 회복

박종훈·제춘모와 오키나와피칭조 우뚝

김태훈. 스포츠동아DB
김태훈. 스포츠동아DB
기업경영에 비유하자면 SK는 R&D(연구 개발)에 강하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해마다 성장 동력을 내부에서 발굴해왔다. 2007년 최정, 2008년 김광현, 2009년 전병두 등이 대표적이다. 박정권 정근우 박재상 김강민 송은범 정우람 이승호 역시 자력 성장했다.

이 기조는 불가피하게 2011시즌에도 변함없다. 원해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구할 수혈전력이 마땅찮은 시장 상황 탓이다.

그러나 이제 자원 고갈 상태에 다다른 듯 김 감독이 ‘이 선수를 지켜보라’고 내세우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반대로 김 감독은 기존 주력 선수들의 페이스 다운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투수쪽 걱정이 많은 눈치다.

사람들이 다 강하다고 해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유다. 이런 SK가 드러내놓지 않고 준비하는 히든카드가 석 장 있다. 좌완 김태훈, 잠수함 박종훈 그리고 우완 제춘모다.

세 투수는 나란히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 중이다. 오키나와 캠프는 재활조와 피칭조로 구분돼 운영되는데 세 명은 피칭조다.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 고지 캠프부터 실전 감각을 찾아오라는 배려와 기대감이 섞여 있다.

특히 김태훈은 벌써 직구 스피드가 140km대 중반까지 올라와 있다. 팔꿈치도 이제 안 아프다. 인창고를 졸업하고 2009년 SK에 입단한 김태훈은 ‘퍼펙트 투수’로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2008년 미추홀기에서 고교야구 사상 첫 퍼펙트를 달성한 덕분이다. 그러나 SK 입단 직후 고지 마무리 캠프부터 팔꿈치에 탈이 났다. 결국 단 1경기도 못 던졌다. 작년 고의4구 1개가 그의 1군 성적 전부다.

작년에는 임의탈퇴까지 당하는 시련도 겪었다. 팔꿈치가 호전되지 않자 구단은 회복 기간에 그를 임의탈퇴시킨 뒤, 군대에 보내려 했다. 이 순간, 김 감독이 나섰다. “내가 있는 동안 한번 키워보고 싶다.” 김태훈의 진로가 변경된 순간이다.

김 감독은 작년부터 “계약 기간 내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른다”라고 할 정도로 김태훈의 장래에 기대를 품었다. “10승이 아니라 10경기에서 던지는 것이 목표”라고 해맑게 웃는 김태훈의 야구 인생은 이제 출발이다. 백넘버부터 94번에서 11번으로 바꿔 이제야 비로소 ‘선수대접’을 받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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