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성룡 영입 부인…전북, 모기업 눈치보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월 3일 07시 00분


전북 현대는 스포츠동아가 1일 보도한 ‘골키퍼 정성룡 영입’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정성룡 혹은 성남(구단)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이적료가 나올 수 없다(전혀 계산해보지 않았다는 의미). 터무니없는 소리다”고 항의했다. 이 단장은 영입 가능성을 타진했던 부분은 인정했다. “권순태의 군 입대로 골키퍼가 필요해 정성룡, 이운재, 김병지 등에 대해 타진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 구단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한 관계자는 “정성룡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반드시 영입해야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비싼 이적료를 지불할 방법을 찾고 있다. 성남에 선수를 주면서 이적료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고 설명했다.

단장과 구단 직원의 말이 엇갈렸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구단 살림 전체를 관장하는 단장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황으로 보면 전북은 정성룡 영입을 위한 이적료를 산출해 놓고, 성남과 협상을 준비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성남의 고위 관계자도 “20억 원 정도에 전북이 데려가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전북 현대는 지난해 법인화를 마쳤다. 그러나 모기업 현대자동차에서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 후원 팀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인지 전북은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말에 거부감이 크다.

이 단장은 “어떤 팬이 정성룡 기사에 ‘전북이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예산이 적어 선수 영입에 투자하지 못하는 시민구단 관계자들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 K리그와 구단 발전을 위해 전북의 모기업 현대자동차는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축구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전북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정작 구단은 ‘버는 돈 없이 쓰기만 한다’는 지적이 무서워서인지 모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정 부회장이 실어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듯 하다. 구단 행정으로 봐선 명문 구단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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