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정상은 한번 밟아보고 내려와야죠”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7시 00분


부상으로 올시즌 조기 마감 많이 아쉬워…은퇴전 우승 목표…벌써 개막 기다려져

설기현, 스포츠동아DB
설기현, 스포츠동아DB
겨울 잊은 재활훈련 현장 인터뷰

27일 오후 포항 스틸러스 훈련장인 송라 구장. 찬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포항 선수들 옆으로 3명의 소녀가 다가왔다. 포항 스틸러스 열성 팬들이었다.

포항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습장을 개방한다. 연습게임 중인 선수들 옆에 설기현(31)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가벼운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소녀들이 “멋있다”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기자와도 몇 마디 주고받았다.

“몸은 괜찮아요?” “예. 전혀 심각한 건 아닌데 날씨도 춥고 그래서 무리하지 않으려 구요.”

몇 분 뒤 설기현은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연습장 맞은편으로 넘어갔다. 훈련이 끝난 뒤 송라 카페에서 설기현과 마주 앉았다.

아까 훈련에 방해가 된 건 아니냐고 묻자 “괜찮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이어서 “그게 훈련에 집중하는 자신의 방식”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나도 운동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유럽에서 프로생활하며 많이 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할 땐 확실하게 하고 쉴 땐 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훈련 중에는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 예도 들었다.

“매일 출퇴근하는 가장 친한 파트너가 한 명 있었다. 매일 웃고 떠드는 사이였는데 훈련 도중 나에게 볼을 뺏기더니 욕을 하더라. 처음에는 너무 황당했는데 그게 그들의 훈련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음 시즌 빨리 왔으면

작년 9월 포항-조바한(이란)의 2010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취재하기 위해 이란에 갔을 때 설기현은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시즌이 빨리 끝나면 너무 억울하다. 12월까지 축구하고 싶다”고 했다. 챔스리그에서 우승해 12월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포항은 8강에서 탈락했다. 11월 초에 그의 2010시즌은 끝났다. 지금도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다른 선수들은 한 시즌 끝내고 다들 지쳤겠지만 난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다. 빨리 다음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다음 시즌 설기현은 K리그 2년 차가 된다. 자신 있다고 했다.

“징크스나 이런 것에 큰 영향 안 받는다. 예전에 유럽 처음 갔을 때도 첫 시즌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 두 번째 시즌에는 흐름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은퇴 전 우승 목표

설기현은 스스로 “승부욕이 크게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에 지거나 게임이 안 풀리는 날이면 속상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남들에 비해 이런 것들을 잘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작년 K리그 경기 후 분한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 선수들이 서포터들 앞으로 가서 승리를 자축하는 데 정말 화가 났다. 패배 후 느낀 이런 이례적인 감정을 통해 그는 자연스레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선수생활을 하며 리그 우승 해보는 것과 못 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지금 현재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목표가 바로 은퇴 전 리그 우승이 아닌가 싶다.”

포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