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위기 때 더 강한 생존본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7일 2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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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주치의였던 송준섭 박사는 이영표(알 힐랄)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얘기한 적이 있다. 이영표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한 박지성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그는 "박지성이 맨유의 스타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선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했다고 한다.

박지성은 남아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한국의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으나 대회가 끝난 뒤 소속팀에선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쳤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올 시즌 그에게 출전 기회를 잘 주지 않았다. 공격이 예전만 못하다는 냉정한 평가였다. 박지성의 팀 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위기에 강한 그였다. 박지성은 7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울버햄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며 전반 45분 선제골에 이어 종료 직전 결승골까지 뽑아 팀의 극적인 2-1 승리를 이끌었다. 구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 앞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각인시킨 것이다. 이날 첫 골은 올 시즌 정규 리그 첫 득점이었다. 박지성은 리그 컵 대회인 칼링컵에서 2골을 넣었지만 정규 리그 골 맛을 보지 못했었다.

최근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등 주전들의 줄 부상으로 맨유는 위기 상황이었고 이는 박지성에겐 기회였고 결코 놓치지 않았다.

미드필더로 출전한 박지성은 전반 45분 대런 플레처의 패스를 아크 부근에서 잡아 오른발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후반 21분 상대팀 실뱅 이뱅스 블레이크에게 동점골을 내줬는데 이는 박지성을 위한 극적인 무대를 마련해준 셈이 됐다. 경기가 동점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후반 추가 시간에 박지성이 상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상대 수비수 4명을 순식간에 제친 뒤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박지성은 "결승골에 모든 관중이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정말 놀라운 활약을 했다"며 "최근 팀에서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불과 얼마 전 영국 언론들이 시즌 뒤 맨유를 떠날 선수의 하나로 박지성을 꼽았던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됐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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