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투르 드 DMZ-서울]선두권 협력 깨져 추월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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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km마지막날 승부, 2km 남기고 뒤집혀

하루 전만 해도 선수들은 비무장지대(DMZ) 주변을 달렸다. 그들이 주로 본 것은 붉게 물든 단풍과 오랜 세월 발길이 닿지 않던 울창한 숲이었다. 하루 만에 그들은 딴 세상을 달렸다. 교통을 통제해 질주를 방해하는 차는 없었지만 반대편 차로에는 차와 사람이 가득했다.

22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한 2010 투르 드 DMZ∼서울 국제사이클대회가 24일 서울 세종로에서 막을 내렸다. 8월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 광화문 앞에서 선수들은 격렬했던 3일간의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35명이 같은 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했던 전날처럼 최종 제3구간의 순위 경쟁도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퍼레이드 구간을 제외하고 80.8km 길이의 코스에서 열린 이날 승부는 초반에 결정된 듯 보였다. 약 20km 지점에서 서준영(서울시청), 세르게이 푹스(독일), 하네스 카펠러(스위스) 등 5명이 선두 그룹을 형성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메인 그룹과의 격차를 벌렸다. 서울 강변북로에서 1분여 차로 앞섰던 선두 그룹은 올림픽대로에서 더 속력을 냈다. 다른 유니폼을 입었어도 선두 그룹을 형성하는 순간 그들은 한 팀이나 마찬가지다. 서로 도와가며 메인 그룹과의 격차를 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렬로 달리는 선수들은 규칙적으로 순서를 바꾼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맨 앞자리를 돌아가며 맡기 위해서다. 선두 그룹에 속한 5명의 호흡은 척척 들어맞았다. 30km 지점에서 55초였던 선두와 메인 그룹의 시간차는 골인 지점 12km를 남겨놓고 2분 10초까지 벌어졌다. 도로 경기에서 추월이 가능한 거리와 시간은 1분에 10km 정도. 20km를 남겨 놓고 2분 이상 벌어졌다면 앞에 달리는 선수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변이 없다면 우승자는 선두 그룹에서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팀워크’가 깨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푹스가 맨 앞에 나서기를 거부한 것. 힘을 아꼈다가 나중에 스퍼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시청 정태윤 감독은 “3∼5km를 남겨놓고 개인플레이를 해도 충분한데 독일 선수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선두 그룹 전체가 헛심만 썼다”고 말했다.

무너진 팀워크의 대가는 가혹했다. 단단했던 대오는 순식간에 흐트러졌고 2km를 남겨 놓고 메인 그룹에 추월을 허용했다. 결국 전날보다 2명 많은 37명이 한 무리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우승은 메인 그룹에 있던 그리샤 야노르슈케(독일)가 차지했다. 이틀 연속 같은 기록의 선수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영광의 개인 종합 우승은 험난했던 제1구간에서 정상에 오른 토마시 마르친스키(폴란드)의 몫이 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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