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서 해임되고 야인의 길로… “마침내 恨풀었다”

약체로 평가되던 LG를 정규 시즌 4위로 올려놓은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서 KIA를 3승 2패로 따돌리고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승 3패로 맞이한 6차전에서 LG는 9회 초까지 9-6으로 앞섰다. 한 이닝만 버티면 최종 7차전에서 승부를 가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승엽의 동점 3점 홈런에 이어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 이후 17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패권이었다.
적장 김응용 감독이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라고 했을 정도로 전력에 비해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김 감독은 며칠 뒤 LG에서 해임됐고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하다 2007년 SK 사령탑에 부임했다. 1984년 OB(현 두산) 사령탑을 맡은 이후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를 거치며 감독 생활을 했지만 김 감독은 그때까지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8년 전 눈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대구구장 1루 더그아웃에서 김 감독은 활짝 웃었다. 힘겨운 사투를 벌인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일방적인 4연승이었다. 그는 “남의 집(대구)에서 헹가래를 쳐 미안하다. 홈인 문학과 잠실구장에서 우승했지만 지방에서는 처음 아닌가. 그 외에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3년 전부터 이맘때만 되면 “매년 마지막 경기에서 졌다”고 했다. SK는 2007년 주니치와의 한일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패했고, 2008년에는 4개국이 일본에서 겨룬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의 퉁이 라이온스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KIA에 무릎을 꿇었다.
‘대구의 한’을 털어낸 김 감독이 기세를 몰아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 김성근 감독의 SK는 내달 4, 5일 한국-대만 챔피언십시리즈에 이어 13일 저팬시리즈 우승팀과 한일 클럽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른다.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