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 기자의 가을이야기] ‘2군의 이대호’ 이두환의 첫 PS “당연히 부모님들 난리나셨지요”

동아닷컴 입력 2010-09-30 07:00수정 2010-09-3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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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미처 입장권도 구하지 못했답니다. 시즌 막바지에야 1군에 올라온 외아들이 포스트시즌까지 나서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아들 이두환(22·사진)의 이름을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굴러봅니다. 그만큼 이두환에게도 가족에게도 놀라운 일입니다. “일본 교육리그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부모님요? 당연히 난리 나셨죠.” 쑥스럽지만 자랑스러운 미소가 얼핏 번집니다. TV를 보며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부모님은 그저 벅찬 마음에 “용기를 잃지 말라”는 주문만 거듭할 뿐입니다.

이두환은 사실 2006년에 포수로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루수 미트를 낍니다. 무릎이 아파 포수를 포기해야 했던 겁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쳤고, 이후 고질적인 통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프로 4년차였던 지난해에는 결국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게, 포수를 포기한 거예요. 포수를 하면서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제가 원해서가 아니라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했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래서 지난해 말,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서를 넣기도 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그마저도 무산됐습니다. 1차에 떨어지고 2차에 또 떨어지면서, 이두환은 생각했습니다. ‘내년에 잘 하라는 계시인가보다, 겨울에 무릎 재활을 열심히 해서 뭔가 보여줘야지.’

다행히 그는 아주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큰 덩치(185cm·90kg)에 어울리는 폭발력. 일단 방망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잠재력이 터집니다. 올해 2군 75경기에서 타율 0.362에 홈런 21개, 67타점을 올렸거든요. 처음엔 1군 타석에 들어서기만 해도 눈앞이 깜깜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니, 이제는 당당하게 가을잔치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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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새 별명도 얻었습니다. ‘2군의 이대호’입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훈련을 마치고 돌아서다 외야로 몸을 풀러 나가는 이대호와 마주쳤습니다. 이대호는 “축하한다”고 짧게 인사를 건넸고요. 이두환은 배시시 웃습니다. “영광스러운 별명이지요.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대호형과 비교도 안 되잖아요.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언젠가는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국제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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