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FIFA대회 첫 우승]이소담 ‘완전 소중’ 발리슛, 연장 이끌어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1-04-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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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여자 월드컵 결승전의 재구성 녹색 그라운드가 숨을 죽인 채 한 소녀를 기다렸다. 뒤에서 지켜보는 동료들도, 벤치에서 바라보는 코칭스태프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도 긴장한 표정으로 소녀를 응시했다. 소녀의 표정은 침착했다. 페널티 지역 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공을 그라운드에 정성스럽게 놓은 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삑∼.’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소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묵직한 슈팅을 날렸다. 발에서 떠난 볼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골네트 상단에 꽂혔다. 120분간의 감동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국민들의 머릿속엔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가 오버랩됐다.

승부차기 첫 키커 실축에 가슴 철렁, 日2번-6번째 실패… 장슬기가 마무리

한국의 여섯 번째 키커 장슬기(충남인터넷고)가 킥을 성공시키자 그라운드와 벤치에선 한국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반면 우승을 장담하던 일본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양 팀 선수들 모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

한국이 26일 오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경기장에서 열린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후반 내내 난타전 끝에 3-3으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감동이 더했다. 스트라이커 여민지(함안대산고)는 이번 대회 6경기 8골 3도움으로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최우수선수상까지 휩쓸어 우승과 함께 3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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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국이 좋았다. 전반 6분 이정은(함안대산고)이 그림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일본 골문을 열었다. 전열을 정비한 일본은 나오모토 히카루(전반 11분)와 다나카 요코(전반 17분)의 중거리 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전반 추가 시간 프리킥 찬스에서 김아름(포항여자전자고)이 강하게 감아 찬 볼이 일본 골네트를 흔들며 다시 균형을 이뤘다.


동점의 기쁨도 잠시. 후반 12분 가토 지카의 골로 일본이 또 앞서 나갔다. 이후 몇 차례 일본의 예리한 공격을 차단한 한국은 후반 34분 이소담(현대정보과학고)이 하프 발리 슛으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초조하게 지켜보던 국민들의 속을 뻥 뚫어준 시원한 한 방이었다.

연장 30분까지 흐른 뒤 승부차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위기는 한국에 먼저 찾아왔다. 첫 키커 이정은이 실축한 것. 하지만 일본의 두 번째 키커가 실축하며 균형을 이뤘다. 이후 팽팽하게 진행되던 승부차기는 일본의 여섯 번째 키커가 실축하면서 한국 쪽으로 추가 기울었고, 결국 장슬기가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체력이 바닥난 몇몇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환호성을 지를 힘도 없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정은은 메달을 받는 시상대에서 다리가 풀려 뒤로 쓰러져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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