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서울대축구 6년만의 1승 교훈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대 축구부가 9일 열린 U(대학)리그에서 올 춘계대학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선문대를 1-0으로 꺾었다.

2004년 10월 추계연맹전에서 진주국제대를 4-2로 이긴 뒤 약 6년 만의 승리다. 올 시즌 2무 17패 후의 첫 승. 서울대의 승리는 스포츠 현장에서 어쩌다 일어난 깜짝 반란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 축구부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엘리트 축구팀에 주는 교훈이 많다.

서울대 축구 선수 23명은 모두 시험을 보고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과거 축구를 했던 선수도 있지만 대학에 들어와 시작한 경우가 더 많다. 수업을 모두 듣고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주 2회 하루 1시간 30분씩 훈련한다. 수업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대여섯 명은 먼저 훈련을 시작한다. 모두가 모일 때면 훈련 끝 무렵인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대 출신 강신우 MBC 해설위원은 2년 5개월째 무급으로 자원봉사 사령탑을 맡고 있다. 축구팀이라기보다는 동호회란 말이 적당하다.

운영비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각종 기금(동호회비 120만 원, 동창회비 300만 원, 국제교류 지원금 500만 원) 900여만 원을 제외하면 모두 회비로 충당한다. 이렇다 보니 방문경기 땐 각종 장비를 들고 시내버스로 이동한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추계연맹전 때도 비행기 삯부터 모든 경비를 십시일반 모아서 다녀왔다. 강 감독은 “환경은 열악하지만 열기만은 뜨겁다. 특히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변화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강 감독은 이번 승리에 대해 “U리그가 가져다준 결실”이라고 했다. 훈련할 시간은 없지만 매주 리그를 하다 보니 실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토너먼트 대회 땐 예선 세 경기만 하면 끝이지만 연중 리그를 하다 보니 자주 경기를 해 감각을 키울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몸 관리도 해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4월 26일 강호 연세대와 1-1로 비기기도 했다.

서울대 축구부장을 맡고 있는 정철수 체육학과 교수는 “이번 승리는 공부하다 늦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역으로 엘리트 운동선수도 공부하며 운동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축구부의 이번 승리가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한국 스포츠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