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이변 월드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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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은 한마디로 '이변 월드컵'이다.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 사상 첫 개최국 1라운드 통과 실패

개최국 남아공이 이변의 스타트를 끊었다. 역대 대회에서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는 첫 개최국이 된 것. 남아공은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와 A조에 편입돼 1승 1무 1패 조 3위에 그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강호 멕시코와 1차전에서 시피웨 차발랄라의 통쾌한 선제골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남아공은 2차전 우루과이에 0-3으로 완패를 당했고 마지막 프랑스와 3차전에서 큰 점수 차 승리가 필요했지만 결국 2-1의 1골 차 승리에 그쳤다. 멕시코(1승 1무 1패)와 동률이지만 골 득실에서 밀렸다.
개최국이 떨어지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의 부진이 계속됐다. 이번 대회 출전한 아프리카 6개국 중 25일 오후 11시 현재 4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가나만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남아공 사례는 큰 이변도 아니다. 아무리 개최국이라 해도 남아공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3위에 불과해 1승을 한 것만도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다.

● 최대 이변은 지난 대회 1, 2위 팀 동반 몰락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준우승 팀인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그것도 꼴찌로 탈락한 것은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다. 1930년부터 시작된 월드컵에서 직전 대회 1, 2위 팀이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24개국 이상이 출전해 조별리그를 거쳐 16강 토너먼트를 벌이는 현 대회 시스템이 시작된 1986년 대회부터 보면 전 대회 1, 2위 팀 중 어느 한 팀은 적어도 8강 이상 올라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전 대회에 좋은 성적을 올린 뒤 다음 대회 때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이탈리아는 1938년 우승 뒤 2차 세계대전 등으로 12년 만에 열린 1950년 대회에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 1970년 대회 때 준우승 한 뒤 1974년에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프랑스도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 뒤 2002년 대회에선 1무 2패, 조 4위로 짐을 쌌다.

월드컵 우승 4회에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가 슬로바키아전에서 2-3으로 진 것도 화제. 한 경기 3골 이상 실점은 1970년 대회 결승에서 브라질에 1-4로 진 이후 40년 만이다.

● 아시아 돌풍

이번 대회는 아시아 축구가 약진한 첫 원정 월드컵이라 할 만하다. 지금까지 역대 원정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의 최고 성적은 1966년 북한이 16개국이 4개조로 벌이는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의 전적으로 8강 토너먼트에 오른 것이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공동 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각각 4강과 16강에 올랐으나 홈그라운드 이점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4년 뒤인 2006년 대회 때는 한국, 일본, 사우디, 이란이 아시아를 대표해 출전했으나 한국이 유일하게 1승을 거뒀을 뿐 나머지 국가는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한국(1승 1무 1패)과 일본(2승 1패)이 조별리그에서 3승을 합작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 2개 팀이 원정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긴 처음이다.

이 밖에 FIFA 랭킹 78위의 뉴질랜드가 비록 16강 진출은 못했지만 3무로 선전한 것도 이변으로 꼽힌다. 자국에 프로축구 리그도 없는 뉴질랜드가 이탈리아와 무승부를 기록할 때 뛴 미드필더 앤디 배런은 투자은행에 일하는 아마추어 선수로 회사로부터 휴가를 얻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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