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범죄와 평화 공존 두 얼굴의 남아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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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나이지리아의 B조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남아공 제3의 도시 더반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더반의 북쪽 가든코트 머린퍼레이드 호텔 주변 해안가는 낮부터 밤까지 팬들이 줄을 잇는다.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가 월드컵 경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팬 페스트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즐겼다. 더반은 항구도시로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이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 포트엘리자베스도 더반과 비슷했다.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도시로 관광객이 별 위험 없이 월드컵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남아공은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각종 소식에 선입견을 가졌던 기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딴 나라처럼 안전하게 느껴진다.

사실 남아공에서 각종 강도 및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우범지대는 있다. 더반에서는 해안가 옆으로 호텔들이 줄지어 있는 뒤쪽 마하트마 간디 로드가 대표적인 우범지대다. 남아공 정부는 틈만 나면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요하네스버그에선 엘리스파크 경기장 주변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 안전한 곳에서도 우발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오후 8시 이후에는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권고한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을 맞아 경찰 및 안전요원을 대거 투입해 안전에 크게 신경을 썼다. 도시의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에는 경찰과 안전요원들을 배치해 위험요소를 줄였다. 예상과는 달리 월드컵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다. 호주에서 온 데이비드 로버트 씨는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월드컵”이라고 말했다. 본보에 칼럼을 기고하는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랍 휴스 씨는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밀집지역인 소웨토의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아주 순박하고 친절했다”며 “과거 남아공이 위험하다고 쓴 기사를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남아공에서 치러진 월드컵은 큰 소란 없이 순항하고 있다. 남아공도 범죄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월드컵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더반에서 양종구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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