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마라” 마라도나 웃음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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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자질 논란 속에
2연승 지휘 사실상 16강
‘형님 리더십’ 재조명될 듯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가 감독으로서도 활짝 웃었다.

그는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였고 지금까지도 그를 능가하는 선수를 찾을 수 없지만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늘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꺾고 2승을 거두며 사실상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마라도나의 지도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마라도나는 2008년 11월 1일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될 때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팬과 언론은 의문을 가졌다. ‘축구 대국’ 아르헨티나를 과연 그가 이끌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마라도나는 현역을 은퇴한 뒤 만디유(1994년)와 라싱 클럽(1995년)을 아주 잠깐 지도한 적이 있지만 지도자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수비 전술, 선수 관리법, 심리학적 팀 운영 기법 등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준비가 전혀 안 된’ 지도자였다.

사람들의 걱정은 맞아떨어졌다. 마라도나는 팀을 맡자마자 볼리비아에 1-6, 에콰도르에 0-2로 대패하며 예선 탈락 위기에 빠졌다. 아르헨티나는 이후 페루와 우루과이를 연파하며 천신만고 끝에 4위를 해 턱걸이로 남미예선을 통과했다. 현지 언론은 ‘지도자로 검증받지 못한 마라도나가 대표팀을 맡아 망쳐 놓고 있다’고 연일 비난의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하지만 본선이 다가오면서 마라도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곤살로 이과인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면서 정상 수준의 경기를 펼쳤고 다시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12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도 아르헨티나는 예전 전성기 전력을 보여줬다. 김학범 전 성남 감독은 “마라도나 감독은 지역예선 내내 좋지 못한 성적과 부진한 내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선수들의 등을 두드리고 볼을 비비는 등 스킨십을 많이 하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낙 선수 개개인이 훌륭하기 때문에 감독이 고도의 전술이나 지도력을 펼치지 않고 자유롭게 선수들의 사기만 높여 줘도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영국 소설가는 마라도나를 놓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을 산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였지만 마약 폭행 음주운전 등 온갖 기행을 이어간 마라도나.

태극전사들은 이날 투혼을 발휘하며 마라도나의 삶에 또 하나의 이변을 기록하려 애썼지만 세계 최강의 화려한 군단을 이끄는 그를 좌절시키기에는 2%가 부족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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