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파이브백-기습 크로스 ‘유로2004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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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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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훈련 살펴보니

9일 남아공 더반의 노스우드 고등학교.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리스 대표팀의 훈련장에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선수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바로 연습경기에 들어갔다. 공격수들은 쉴 새 없이 골문을 노렸고, 수비수들은 몸을 날려 이를 막았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별다른 지시 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엔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이날 연습경기와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 취재진 등의 설명을 바탕으로 그리스의 핵심 전술과 포메이션을 예상해 본다.

○ 위협적인 세트플레이…롱 크로스도 경계대상

“신장의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 또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를 잘 살려야 한국을 잡을 수 있다.”

한국 경기 승리 공식을 물을 때마다 그리스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실제 연습경기에서도 큰 키를 이용한 그리스의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와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 등 스피드와 드리블이 좋은 측면 공격수들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면 체격이 좋은 전방 공격수들은 이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도 경계대상. 사이드를 따라 치고 올라온 뒤 날리는 기습적인 크로스가 공격수들의 머리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트플레이 역시 예리했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 등 킥이 좋은 선수들이 올린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70% 이상 동료들에게 연결됐다. 장신 수비수들이 세트플레이 공격에 가담할 경우 성공률은 더욱 높아졌다. 세트플레이 찬스 때 길게 올리는 듯하다 근처 동료에게 짧게 꺾어주는 패스도 무서웠다. 이러한 패스는 어김없이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이어졌다.

수비에 치중하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격수에게 한 번에 연결하는 롱 크로스도 위협적. 그리스 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리스가 볼 점유율에서 한참 뒤져도 한 골 차 승리를 자주 거두는 이유는 정교한 롱 크로스와 한 방을 갖춘 공격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파이브백 질식 수비…유로 2004 영광 다시 한 번

그리스 축구가 가진 힘의 원천은 유로2004에서 우승으로 이끈 강력한 수비 라인. 한국전에선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제노아)가 후방에서 스리백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이지만 실제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 니코스 스피로풀로스와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이상 파나티나이코스)가 수비에 치중하기 때문에 파이브백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하지만 초반 공격을 노리거나 먼저 실점을 할 경우엔 포백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엔 중앙수비수 2명을 제외한 2명의 측면수비수까지 활발하게 오버래핑에 가담하며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오게 된다.

공격 라인에선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사마라스와 살핑기디스가 좌우 측면, 월드컵 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폭발시킨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전방에 설 예정. 장신(191cm) 공격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도 언제든지 출격 가능한 공격 자원이다.

미드필더 두 자리엔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와 카라구니스가 설 가능성이 높다.

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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