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3]대세는 “쌍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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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최고 공격수가 말하는 ‘나이지리아전 한국의 키 플레이어’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템비사의 마쿨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마친 김정훈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김 감독은 1-3으로 진 탓인지 ‘한국에 필요한 조언 한마디 해달라’는 한국 기자들의 요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버스에 올랐다. 수원 삼성에서 뛰었던 안영학(오미야)이 한마디 하려고 하자 북한 관계자들이 말리며 데려갔다. 다행히 ‘인민 루니’ 정대세(가와사키·사진)가 경기장에서 빠져나올 때 버스 하나가 북한 팀 버스를 가려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대세는 “한국은 충분히 나이지리아를 깰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의 공격수 정대세가 전하는 한국의 B조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 공략법을 들어봤다.

○ 느림보 수비… 일대일 패스로 공략하면 쉬워


“나이지리아 수비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빠르지 않다. 한국의 이청용 박지성 기성용 등 빠른 선수가 공략하면 충분히 뚫을 수 있다. 한국은 몸싸움도 좋고 선수들이 빠르니 100%를 다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수비에 치중하다 속공을 하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골을 넣을 기회가 적었다.”

이날 나이지리아는 치디 오디아(CSKA 모스크바)-조지프 요보(에버턴)-대니 시투(볼턴)-타예 타이워(마르세유)가 포백 라인을 형성했다. 정대세를 비롯해 홍영조, 박남철 등 빠른 공격수의 돌파에 쉽게 뚫리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 정대세는 “나는 그렇게 빠른 공격수가 아닌데 수비수들이 잘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후반 18분 수비수의 공을 가로채 골을 낚았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일대일 패스로 공략하면 쉽다”고 말했다.

○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은 최고 수준


“나이지리아의 공격은 막기 어렵다. 한국과의 경기는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가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파워는 없지만 공격수들의 능력이 정말 좋다. 선수들이 야성의 동물 같은 공격수라 억누르기 힘들었다. 한국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정대세는 나이지리아의 공력 라인에는 혀를 내둘렀다. 나이지리아는 이날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 피터 오뎀윙기에(로코모티프 모스크바), 빅터 오비나(말라가)를 세웠는데 두껍게 쌓은 북한 수비라인을 쉽게 무너뜨리며 3골을 잡아냈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성과 개인기에 유럽 축구의 힘까지 겸비해 북한 수비진은 어떻게 막아야 할지를 몰랐다. 투톱 아이예그베니와 오뎀윙기에는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워 사실상 5명으로 수비벽을 쌓은 북한 진영을 마음껏 휘저었다. 전반 16분 아이예그베니의 선제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16분 페널티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는 등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왼쪽 미드필더 오비나도 경계 대상이다.

경기를 관전한 정해성 대표팀 코치는 “나이지리아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직력이 다 갖춰지진 않은 것 같다. 허정무 감독님과 상의해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오뎀윙기에는 “북한의 속공이 인상적이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어떤 팀도 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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