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남장현기자의 오스트리아리포트] 허정무는 지금 독서삼매경 “책 속에 16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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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7시 00분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평소 독서를 즐긴다.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역사, 철학, 경영, 인문 등 여러 가지를 두루 섭렵한다. 심지어 판타지 소설까지 읽는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K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 의미 있는 글귀와 고사성어는 수첩에 따로 메모하고, 이를 종종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남아공월드컵 무대에 입성하기에 앞서,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허 감독은 한국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짬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들고 있다.

요즘 허 감독이 훈련과 미팅 등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즐겨 읽는 책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따뜻한 카리스마’다.

사실, 이 책들은 ‘강성’ 이미지를 버리고 ‘덕장’으로 변모한 허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과도 맞아 떨어진다.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는 알 카포네 이후 가장 돈을 잘 벌어들였다는 전직 마피아 보스 마이클 프란지스가 썼다.

흔히 칼과 총 등 무력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마피아지만 이들의 비즈니스에도 일정의 룰이 있고 합법적인 경영 원칙이 필요하다는 게 주요 골자. 이 세상에서 가장 거친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구체적인 이유들이 나열돼 있다. 개인보다는 조직과 단합, 협력을 강조해온 허 감독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따뜻한 카리스마’도 마찬가지. 이는 성공한 리더의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과 ‘싸우지 않고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힘’등 여러 비법을 소개한 책으로 따스함으로 부하들(선수단)을 통솔하겠다는 허 감독의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다.

고참-신참 서열이 명확한 대표팀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박지성(맨유)에게 주장 완장을 맡겨 수평적인 서열관을 형성시킨 것도 허 감독이다.

요즘 허 감독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최종엔트리 선정부터 여러 가지 근심과 걱정들이 많다. 더불어 가장 위대한 도전의 첫 발을 떼려 하고 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허 감독의 리더십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운명의 초시계는 돌아가지만 그는 책 속에서 지혜를 얻고 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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