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日… 월드컵 출정식 초상집 분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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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이 목표다.”

일본 대표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입에 달고 다닌 말이다. 한국이 16강을 목표로 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목표다. 오카다 감독은 24일 한일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5일 한일전이 열린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오카다 감독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4강 갈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 성공 확신’ 등의 대형 걸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2-0으로 이기자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6만3000여 명의 팬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경기 뒤 출정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2만여 명의 팬만 자리를 지켰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 뒤 그라운드에 허탈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선수들도 보였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2-0으로 이긴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하지만 이날 일본 대표팀의 출정식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선수들은 얼마 남지 않은 팬들을 향해 그라운드 주변을 돌며 인사를 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오히려 남아있던 1000여 명의 붉은 악마 응원단이 일본 팬들을 대신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국과 일본 취재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축하박수를 보냈다. 허 감독도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잠시 뒤 오카다 감독이 들어오자 기자회견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굳은 표정의 오카다 감독은 “한 해에 한국에 두 번이나 져서 미안하다.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것 같은데 일본축구협회 회장에게 물어보니 회장이 ‘월드컵까지 해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며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카다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 취재진은 한 명도 없었다. 4강을 확신하던 오카다 감독은 물론이고 팬과 취재진 모두가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떠올린 순간이었다.

사이타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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