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기자의 ‘추신수 스토리’] 찬스마다 한방… ‘강심장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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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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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스포츠동아 DB]
추신수. [스포츠동아 DB]
시카고전 8회말 동점서 결승2루타
경기후반 승부처 해결사 역할 톡톡
완벽한 클러치히터 ‘큰 일’ 낼 선수


추신수(28·클리블랜드)는 결국 영웅이 됐다. 지난 주 두 차례나 베이스러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승리를 결정짓는 안타 역시 두 번이나 때려냈다.

13일(한국시간) 텍사스와의 홈경기. 추신수는 트래비스 해프너의 좌익수 플라이 때 아웃카운트를 착각하고 무작정 스타트를 끊었다. 해프너의 타구가 잡히면서 투 아웃, 그리고 추신수가 3루까지 오버런하면서 1루에서 스리 아웃. 더블 아웃으로 이닝이 끝났다. 하지만 추신수는 16일 경기에서 곧바로 복수했다. 8회말 매트 해리슨을 상대로 역전 3점포를 작렬해 팀에 3-2 승리를 안긴 것이다. 그리고 18일, 추신수는 두 번째 ‘복수’에 성공했다.

○오심도 무용지물로 만든 결승 2루타


1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 1회말. 추신수는 외야 오른쪽으로 커다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1루 주자 그래디 사이즈모어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2루타였다. 그런데 추신수가 2루에 안착하자마자 1루심 댄 벨리노는 “2루로 가는 도중에 1루를 터치하지 않았다”는 ‘누의 공과’ 판정을 내렸다. 추신수에게는 아웃이 선언됐고, 1타점 2루타 대신 ‘타점이 인정되는 야수 선택’으로 처리됐다.

TV 중계화면에는 추신수가 확실하게 베이스를 밟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왔다. 명백한 오심이었던 셈. 매니 악타 감독은 “비디오를 보면 추신수가 베이스를 터치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나는 비디오 판독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다. 야구의 인간적인 요소를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왜 리플레이가 필요하다고 하는지 알 것도 같다”고 했다.

어쨌든 큰 상관은 없게 됐다. 추신수가 곧바로 맞받았기 때문이다. 2-2로 팽팽히 맞선 8회말, 추신수는 1루에 사이즈모어를 둔 채 좌완 매트 손튼과 마주했다. 그리고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사이즈모어가 홈을 밟으면서 클리블랜드는 리드를 잡았고, 또다시 추신수를 앞세워 3-2로 이겼다. 악타 감독은 “추신수는 디트로이트 원정에서 돌아온 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개막 직후에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었는데, 지금은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어려운 투수였던 손튼을 상대로 정말 잘 해줬다”고 기뻐했다.

2루심 제리 레인은 추신수가 8회말 결승타를 친 직후 사소한 장난을 치기도 했다. 2루를 밟은 추신수에게 “또다시 1루를 그냥 지나쳤다”고 귀띔한 것이다. 추신수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1루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농담이었다는 레인의 말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추신수는 왜 경기 후반·득점 기회에 강한가


추신수가 이 정도로 훌륭한 클러치 히터가 된 비결은 뭘까. 그건 그가 ‘잘 치는 타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다.

악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나 내게 추신수와 똑같은 기회들이 주어진다면, 그가 우리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추신수는 분명 ‘가장 중요할 때 해내는’ 재주가 있다. 16일 경기 8회말에 나온 역전 결승 3점포는 추신수가 2009 시즌에 남긴 선례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경기 후반에 강하다는 특징이다.

지난해 추신수의 경기 후반 타율은 0.328. 7회 이후 150번 이상 타석에 들어섰던 아메리칸리그 타자들 중 7번째로 높다. 올해도 그런 경향은 계속된다. 추신수는 16일부터 7∼9회에만 11타석에 나섰는데, 홈런 2개를 포함해 6안타를 쳤다.

득점권 타율도 훌륭했다. 지난 시즌 추신수는 7회 이후 1점차 리드나 동점 상황, 혹은 동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율 0.405와 출루율 0.542라는 놀랄 만한 성적을 냈다. 단연코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숫자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같은 상황에 적어도 75번 이상 등장했던 선수들 중 추신수보다 출루율이 높았던 사람은 3명뿐이다. 배리 본즈(2001·2004), 앨버트 푸홀스(2007), 그리고 아라미스 라미레스(2008)다.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존 누널리 타격 코치는 단언했다. “추신수는 그저 나간다. 그리고 친다.” 그리고 덧붙였다. “추신수도 분명히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냥 타석에 들어선다. 주자가 있든 없든, 그저 강하게 타격한다. ‘큰 일’을 앞두고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추신수는 올해도 벌써 ‘큰 일’들을 해내기 시작했다.

■ 앤서니 카스트로빈스는?

1년 내내 클리블랜드와 함께 하고 있는 MLB.com 소속 담당기자다. 스토브리그와 스프링캠프부터 출발해 개막 후에는 홈·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클리블랜드의 162전게임을 모두 현장에서 취재하며 바로 곁에서 추신수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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