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972일만에…박명환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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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7시 00분


왕년의 에이스가 돌아왔다! LG 박명환이 8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972일 만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친 그는 4회 이병규가 국내 복귀 첫 홈런을 때려내자 뜨겁게 포옹하며 축하하기도 했다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왕년의 에이스가 돌아왔다! LG 박명환이 8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972일 만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친 그는 4회 이병규가 국내 복귀 첫 홈런을 때려내자 뜨겁게 포옹하며 축하하기도 했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돌아온 LG 에이스, 롯데전 5.2이닝 2실점

후배들 다독이며 뒤숭숭 팀 분위기도 일신

8일 사직 롯데전을 앞둔 LG 박명환은 조금 특별했다. 다른 선발 투수들은 경기 시작 50분 정도를 앞두고 뒤늦게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게 마련인데, 투수조 조장인 그는 일찌감치 외야 불펜에서 후배들을 모아놓고 정신력을 강조하는 등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후배들과 미팅을 끝내고 배터리를 이룰 조인성과 어깨 동무를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그는 “잘 해보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고, 조인성은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최근 내우외환으로 구단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 투수들을 이끄는 선배로서 후배들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면서 자신의 의지도 다진 그는 마운드에서 5.2이닝 2실점으로 결국 팀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구속은 아직 143km로 전성기에 미치지 못했지만 역시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은 베테랑 투수다웠다. 4회 대량실점 빌미가 될 수 있는 결정적 실책을 한 후배 유격수 오지환에게 먼저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내며 다독이는 모습에서 팀을 앞세우는 솔선수범의 자세도 돋보였다.

프리에이전트(FA)로 LG 유니폼을 입은 첫해였던 2007년, 고비마다 등장해 ‘연패 끊는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팀의 3연패를 끊는 값진 승리였다. 봉중근은 2군에 갔고, 에이스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곤잘레스는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그마저 무너진다면 LG로서는 그야말로 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셈이었다. 그래서 더욱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승리를 이끌었다. 팀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딛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팀에게도 중요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그로서는 2007년 8월 10일 광주 KIA전 선발승 이후 무려 972일 만에 맛본 감격적인 승리였다. 또한 사직구장에서만 2001년 5월 25일 이후 무패행진을 달리며 8연승의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프로 15년차인 그는 “어느 때보다 긴장됐지만 집중력 있게 볼을 던지려고 했다. 야수들이 도와준 덕”이라고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후배들을 먼저 챙기는, 멋진 선참 투수로 돌아온 박명환이다. LG도 그의 복귀 덕분에 다시 뛸 채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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