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누리꾼 사이버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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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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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돈으로 金따” vs “한국 비하 응징”접속 트래픽 늘려 서버 공격디도스 공격 프로그램도 올려

독도문제 등 한국사 왜곡 바로잡기 활동을 펼쳐온 반크(VANK) 사이트(왼쪽)는 일본으로부터의 트래픽 유입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1일 오후 접속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1시 46분 ‘니찬(2ch)’ 서버 관리 홈페이지
화면(오른쪽)도 사이트의 각종 코너를 담당하는 33개 서버 가운데 한 곳을 빼면 모두 접속할 수 없다는 뜻으로
‘에러(Error)’ 표시가 떠 있다. 각 사이트 화면 캡처
독도문제 등 한국사 왜곡 바로잡기 활동을 펼쳐온 반크(VANK) 사이트(왼쪽)는 일본으로부터의 트래픽 유입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1일 오후 접속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1시 46분 ‘니찬(2ch)’ 서버 관리 홈페이지 화면(오른쪽)도 사이트의 각종 코너를 담당하는 33개 서버 가운데 한 곳을 빼면 모두 접속할 수 없다는 뜻으로 ‘에러(Error)’ 표시가 떠 있다. 각 사이트 화면 캡처
한일 양국의 누리꾼들이 인터넷 접속 트래픽을 급격하게 늘려 서로의 서버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전쟁’을 벌였다.

1일 오후 1시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한국 비하 글이 자주 올라오는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 ‘니찬(2ch)’을 공격하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약 2분 후 두 사이트에는 모두 ‘사용자가 많아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떴다. 한국 누리꾼들에 맞서 일본에서도 디시인사이드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2ch 사이트는 밤늦게까지 접속이 어려웠고,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VANK) 사이트와 청와대 홈페이지도 일본 누리꾼들의 서버 공격으로 오후 6시경부터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 누리꾼들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최근 러시아에 교환학생으로 간 한국 학생이 현지 괴한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에 일본 누리꾼들이 “러시아 만세”라는 악플을 달았고, “한국의 김연아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심판을 매수해 1등을 했다”는 악의적인 글을 올려 일본 사이트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한국 누리꾼들은 ‘전쟁’을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정당한 테러 대응 카페’ 등을 만들고 홍보활동을 했다. 이들은 ‘새로 고침’ 버튼을 눌러 서버를 마비시키는 ‘F5 광클’ 공격과 ‘독도는 우리 땅’ 같은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는 ‘도배’ 공격을 펼쳤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쓰이는 프로그램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총 1만2000여 명의 누리꾼이 모여 2ch 메인 페이지부터 내부 뉴스, 커뮤니티 코너로 트래픽을 보냈다. 20분 만에 2ch 사이트 서버가 절반 이상 다운됐다가 곧바로 복구됐다. 이어 “초토화시키자”는 글이 뜨자 트래픽 유입기 등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1시간도 채 안 돼 2ch 사이트가 마비됐다.

이번 공격에 가담한 한 누리꾼은 “한국을 비하한 데 대한 정당한 응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공격이 ‘사이버 민족주의’의 실현이자 애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 신대규 팀장은 “특정 사이트에 대해 고의적으로 트래픽을 보내는 것은 디도스 공격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고의적으로 특정 사이트 운영을 방해하거나 공격을 하는 것은 범죄 행위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는 “사이버상에서 남을 공격하는 행위가 마치 의식 있는 행동처럼 비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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