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아버지, 대회전 ‘똥꿈’ 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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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연기를 끝낸 김연아(20·고려대)가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관중석에서 손에 땀을 쥐며 초조하게 딸의 연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김현석(53) 씨와 어머니 박미희(51) 씨도 동시에 흐느꼈다. 지난 14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흐르면서 기쁨과 회한이 섞인 감동의 눈물이었다.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우승자를 가리는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 김현석 씨와 어머니 박미희 씨는 숨을 죽이며 딸의 순서를 기다렸다.

그동안 '가슴이 떨려서 못 본다'라며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김 씨는 올림픽 무대에 처음 나선 막내딸의 모습을 지켜보려고 한국에서 날아왔고, 7살 때 처음 김연아에게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치면서부터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던 박 씨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조용히 딸의 등장을 기다렸다.

'강심장' 김연아는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을 마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연아의 우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막내딸의 연기를 바라보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에서도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김현석 씨는 "프리스케이팅이 150점까지 나올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130점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을 보고 금메달을 확신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이어 "금메달을 가장 먼저 목에 걸어야 할 사람은 연아의 엄마다. 모든 것을 희생했다. 연아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다. 또 가족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금메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연아가 밴쿠버로 떠나던 날 밤에 '똥꿈'을 꿨다. 똥이 방에 넘쳐서 치우지 못할 정도였다"라며 "그동안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길몽이었다"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박미희 씨도 "경기 전에 연아에게 평소대로만 하라고 했다. 점수에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라고 말해줬다"라며 "연기 초반 점프 3개를 성공하면서 우승을 직감했다. 점수가 나오고 나서 다른 선수가 따라갈 수 없는 점수라서 1등을 확신했다"라고 감격했다.

그는 "너무 높은 점수라서 다른 선수들이 경기할 때 긴장도 되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가서 한 번 꼬집어 보고 싶다"라고 기쁨을 전했다.

인터넷 뉴스팀


▲ 다시보기= 김연아, 한국피겨사상 첫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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