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리포트] ‘하이 디맨드 이벤트’의 꽃 김연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22일 07시 00분


동계올림픽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는 E(취재), 혹은 EP(사진)라는 글자와 사진이 박힌 아이디카드가 발급됩니다. 물론 기자 이름과 매체명도 쓰여 있죠.

카드마다 바코드가 찍혀 있는데, 올림픽 관련 장소에 출입할 때마다 바코드 확인기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와 일치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가끔은 불시에 ‘가방 검사’도 하고요.) 대신 신분 확인만 되면 어느 경기장이든 자유롭게 들어가 모든 경기를 관전할 수 있으니 ‘마법의 카드’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카드가 통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개막식, 폐막식, 아이스하키 결승전, 아이스하키 미국-캐나다전, 그리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이른바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라고 하더군요. 취재진도 미리 배부된 입장권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최고 인기 이벤트들입니다. 당연히 기자들 모두에게 입장권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국가별로 일정량이 배정되고, 해당 국가 선수가 출전할 경우에는 비출전 국가보다 좀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게 관례라고 하네요.

아이스하키야 캐나다의 ‘국기’나 다름없는 스포츠니까 당연하다고 해도, 피겨 여자 싱글이 포함된 걸 보면 정말 ‘동계올림픽의 꽃’이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21일 오전에도 실감한 부분입니다. 김연아의 공식 훈련은 현지시간으로 토요일 오전 8시40분에 시작됐습니다. 선수들이 말 그대로 ‘연습복’을 입고 나와 ‘연습’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훈련 장소인 퍼시픽 콜리세움 주변에는 이미 관중들이 꽤 많이 줄을 서 있더군요. 안에 들어가 보니 좌석 상당수가 차 있었고요. 성업 중인 샌드위치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샌드위치 더미가 빠르게 줄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웬만한 비인기 종목의 결승전 관중수보다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은 사실. 그 ‘꽃’의 한 가운데에는 김연아(20·고려대)가 서 있다는 겁니다. 동계올림픽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우리나라 선수가 장식하는 모습을 보는 건,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죠.

아, 저도 이렇게 마음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제 한국 기자들에게도 프리스케이팅 티켓을 차지하기 위한 ‘뽑기’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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