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신형엔진 발굴 한국축구 ‘희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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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 이동국(전북)은 고개를 숙였고 구자철(제주)과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 등 젊은 피는 활짝 웃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올 초 치러진 대표팀 해외 전지훈련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나온 성적표다.

킬러 기근에 허덕이던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동국은 올해 치러진 6차례 A매치에서 2골을 터뜨렸지만 파괴력은 별로 없었다. 반면 유망주 발굴 차원에서 발탁해 경기에 출전시킨 신예 선수들은 과감하게 사고를 쳤다. 구자철은 중원에서 기존 멤버들을 위협할 만한 경기 조율 능력을 보여주며 2골을 잡아냈다. 김보경은 염기훈(수원)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며 선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다. 이승렬은 이동국과 이근호(이와타)의 틈새를 잘 파고들어 감각적인 슈팅으로 2골을 터뜨렸다.

겁 없는 신예 선수들의 성장은 한국 축구에 희망을 던져준다. 언제나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21세의 무명 선수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엔진이 됐다. 포르투갈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는 등 4강 신화를 주도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21세의 박주영과 김진규가 공수에서 새로운 축을 만들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의 패기가 팀에 미친 파장은 컸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떠오른 구자철과 김보경, 이승렬도 1989년생 동기로 21세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8강의 주역이다. 당시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라고 평가한 선수들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모두가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설픈 경험보다는 거침없는 패기가 팀 분위기를 새롭게 할 수 있다. 14일 한일전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32년 만에 중국에 0-3으로 완패한 큰 위기 상황에서 이승렬과 김재성(포항), 김보경, 구자철 등 신예들이 3-1로 역전극을 주도했다. 이들은 4만여 일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가능한 한 많은 신예 태극전사들이 남아공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엔진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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