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차붐의 줄넘기 2만번’이 이동국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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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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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의 안기헌 단장은 경신고 동기인 차범근 감독의 학창 시절을 얘기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참 대단했죠. 동기지만 정말 무서웠어요.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러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매일 정해진 훈련만 해도 힘든데 차 감독은 따로 줄넘기를 매일 2만 번씩 했다는 것이다. 줄넘기 2만 번을 쉬지 않고 하는 데 약 1시간 20분이 걸린다.

차 감독은 1970, 80년대 세계 최고 무대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갈색 폭격기’란 명성을 날리며 리그에서 외국인 최다인 98골, 유럽컵 등을 포함해 121골을 터뜨렸다. 국가대표 간 경기인 A매치에서도 55골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린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국 부장도 학창 시절부터 남들이 잘 때 몰래 일어나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고 타이어를 끌고 달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표팀 승선을 노리는 이동국(전북·사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국은 지난해 K리그에서 20골(전체 22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라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아직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1월 열린 남아공과 스페인 전지훈련 A매치에서 한 골도 못 터뜨린 것도 이유지만 움직임이 둔하고 쉽게 체력이 떨어져 90분 풀타임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 악착같은 모습도 없었다.

이동국은 요즘 월드컵 본선에 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솔선수범하고 더 많이 뛰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허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뭔가 2% 부족하다는 뜻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차 감독과 김 부장이 보여준 악착같은 독기를 이동국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동국이 독일 브레멘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진출했다 쉽게 포기하고 돌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리미어리그 1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의 성공 스토리는 차 감독을 닮았다. 모두 학창 시절부터 별도로 체력을 관리할 정도로 축구에만 매달린 열정이 있었다. 이동국의 못다 이룬 월드컵 꿈.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동영상 = 이동국, 2009년 최고의 선수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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