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모태범, 성격+유머+대담…알고보니 ‘엄친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17일 07시 00분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으셨죠?”

한국 빙속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 확정된 후, 한국 취재진 앞에 나타난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올림픽 직전 태릉에서 열렸던 두 번의 미디어데이. 기자회견 때도, 자유취재 때도 기자들의 질문은 ‘금메달 후보’ 이규혁과 이강석에게 쏠렸다. 그 때의 ‘굴욕’을 내심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듯 했다.

하지만 멋쩍어 하는 취재진에게 그는 유쾌하게 덧붙였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더 잘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거든요.”

한국 취재진이 이 정도였으니 해외 언론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 때는 이런 질문까지 나왔다. “몇 살입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뭘 좋아합니까? 여자친구는 있습니까? 이런 걸 묻는 이유는, 우린 당신에 대해 정말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가 금메달을 딴 충격을 질문으로 드러낸 것이다.

모태범(21·한국체대). 이승훈(남자 스피드 5000m)과 이정수(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이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 1000m였다면 놀라운 결과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월드컵 랭킹 2위에 올라있는 주종목이라서다.

하지만 500m는 이규혁과 이강석의 텃밭이었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모태범은 “평소에도 스릴을 즐기는 편이다. 1000m를 대비해 속도 훈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출전했는데, 1차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가 나니 욕심이 생겼다”면서 “아직도 꿈이 이뤄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을 비운 게 비결 아닌 비결이었다는 얘기다.

둥글둥글한 성격도 눈에 띈다. ‘인간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와 경기 전 장난을 치는 모습이 목격돼 미국 언론의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

모태범은 곧바로 “샤니에게 코너링 비결을 물으니 ‘넌 내 라이벌이니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며 웃었다. 또 프레스 컨퍼런스 장에 나란히 앉은 은메달리스트 나가시마 게이치로(일본)와도 귀엣말로 수다를 떠는 활달함을 보였다.

김관규 감독은 “모태범은 원래 100m까지 스플릿 기록이 좋지 않았는데 월드컵 4차 대회 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 순발력이 떨어지던 단점을 보완하면서 기량이 급상승한 것 같다”면서 “형들에게 묻혀 빛을 못 보던 선수였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서 기쁘다”고 했다.

“지도자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찬사와 함께였다. 모태범도 금메달 덕분에 ‘오기’에 자신감을 더한 듯 했다. “내 장기는 1000m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길 바란다”면서 또 한 번의 ‘파장’을 예고했다.
밴쿠버(캐나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 다시보기 = 모태범, 한국 빙속 사상 첫 번째 금메달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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