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 빈자리…정수성 “내가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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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7시 00분


정수성.스포츠동아DB
정수성.스포츠동아DB
거칠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누상에 나가기만 하면 다음 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랑 한 번 뛰어보실래요?” 좀 뛴다는 선배들만 보면 꼭 누가 더 빠른지를 가려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달리기만큼은 통산도루 1위 전준호(41·SK 주루코치)도, 염경엽(42·LG 수비코치)도, 김인호(43·LG 2군코치)도 제쳤다. 프로무대에 첫 발을 디딘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앳된 얼굴. 프로펠러를 단 다리 역시 아직은 청춘이다. 하지만 야구선수로서는 항상 부족했던 시절. 이제 수성(守成)을 얘기해야 할 나이지만 그래서 정수성(32·히어로즈·사진)은 도전을 말한다.

13년간 제자리를 못 찾고도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는 뜻도 되지만 “가늘게 길게 야구 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마침내 선발 오더에 이름을 올릴 기회가 왔다. 이택근(30·LG)이 남기고 간 외야 한 자리. 상무에서 복귀하는 유한준(29), 강병식(33)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프로생활 동안 얻은 교훈은 단 하나. ‘경기에 나서야 방망이 실력도 는다’는 것이다. 118경기를 안정적으로 뛴 2005년에는 타율 0.273에 29도루로 제 몫을 했다. 멀티히트에 도루까지 기록해도 다음날 선발 오더에서 제외되면 속이 상했지만 그만큼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방증. 27일 시작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도장을 찍기 위해 2009시즌 종료 후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정수성은 “올 시즌이야 말로 야구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이미 대주자·수비 요원으로 활용 가능한 후배 장기영(28)이 성장하고 있다. 이제 ‘가늘고 긴 역할’은 언제든 대체가 가능하다. 목표는 팀의 테이블 세터. 정수성은 “계속 경기에 나선다면 2할8푼대 타율과 3할7푼대 출루율, 40도루는 해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체구에 비해 스윙 폭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간결한 스윙 장착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12일 첫 돌을 맞은 아들 현석과 “가족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으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아내. 책임감은 더 커진다.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대수비’, ‘누군가의 대주자’라는 자기 가슴 속 꼬리표부터 떼어놓고, 정수성은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원당의 찬 공기를 가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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