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현지인터뷰 “여친은 나의 힘, 8강은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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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일 07시 00분


월드컵은 일생의 목표…“훈련·영어수업 바빠도 여친과 전화데이트 안빼먹죠”


2010년 경인년(庚寅年), 희망의 태양이 떠올랐다. 한국축구의 희망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그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필요할 때 한 방씩 올리는 공격포인트는 물론 특유의 끈기와 노력에 볼턴 구단의 신뢰는 대단하다. 오죽했으면 “더도, 덜도 말고 이청용처럼만 하라”는 볼턴 개리 멕슨 전 감독의 당부가 있었을까.

이청용은 12월 30일(한국시간) 볼턴 리복스타디움 내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월드컵 8강도 오르고 싶다

첫 월드컵 출전을 생각하면 마냥 설레기만 한다. 이청용은 “만약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면 어릴 적부터 꿈꿔온 목표를 이루는 셈이다. 생각만 해도 떨리고 기대 된다”며 밝게 웃는다.

자신에게 쏠린 전 국민적 기대를 피부로 느낀다. 국내 팬들이 만들어낸 신조어 ‘쌍박(박주영, 박지성)-쌍용(이청용, 기성용)’의 의미도 잘 알고 있다.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자신을 믿어준다는 사실이 마냥 뿌듯하다.

“정말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게 중요하다.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중 어느 팀이 가장 어렵겠느냐는 우문을 던져봤다. 주저 없이 돌아온 대답. “모든 이의 생각과 똑같다. 아르헨티나.”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치렀던 때로 시계추를 돌려봤다. 당시 이청용은 “테베스(아르헨티나)는 정말 뛰어난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었다.

“한 선수만 놓고 특정 팀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테베스와 비슷한 멤버들이 즐비한 팀이 아르헨티나이기에 그들과의 경기가 많이 기다려지는 게 사실이다.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마냥 ‘배우는 자세’를 취할 생각은 없다. 승부는 승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각오에는 변함이 없다.

환하게 웃으며 나온 한 마디가 재미있다. “메시(아르헨티나)의 콧대도 꺾어버리고 싶다. 당연히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

목표 의식도 뚜렷하다. 허정무호의 1차 목표는 첫 원정 16강.

이청용도 “성적이 좋으면 개인적으로도 따라올 영광도 많다. 16강은 물론, 8강까지도 오르고 싶다”고 말한다.

‘볼턴 히어로’ 이청용 “어머니·여동생 온 후로 경기력 쑥!쑥!”

○그라운드 적응기

불과 4개월 만에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선 이청용(사진). 현지 언론들은 그에게 ‘볼턴 최고의 테크니션’이란 평가를 내린다. 심지어 BBC스포츠는 “볼턴 멤버들은 이청용이 연결해준 찬스를 무려 23차례 놓쳤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청용처럼만 하라”는 멕슨 전 감독의 강한 주문에도 그를 시기하는 선수들은 없었다.

오히려 주장 케빈 데이비스와는 ‘절친’이라 불릴 정도로 경기장 안팎에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평소 궁금한 점들과 훈련 및 경기 스케줄 등 알고 싶은 부분을 한꺼번에 모아 데이비스에 물어본다고.

○가족의 힘

이청용은 최근 한 달 사이 페이스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부터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경기력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됐다.

인터뷰를 한 당일에도 이청용은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행선지는 계획보다는 즉석에서 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물론 바쁜 일정에 당일치기 여행이다.

“좀 더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경기가 원체 많아 그런지, 우리 어머니는 음식을 만들어주시기 바쁘다.”

여자친구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중학교 동창인 여자친구는 사귄지 2년 정도 됐다. 현실이 현실인 터라 주로 전화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전부다.

“장거리 연애가 힘들긴 하다. 그래도 통화를 자주 하니까 괜찮다. 여자친구가 날 잘 이해해주고 아껴준다.”

○영국 생활기

이청용의 하루 일과는 정말 단순하다. 오전에 팀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영어 학원에 가는 일상의 반복일 뿐이다.

개인 교습을 받는 여타 한국 선수들과는 달리, 볼턴은 직접 학원을 지정해 이청용이 아시아권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듣도록 배려했다. 똑같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는 학원에서 ‘인기 최고’의 학생이다.

“유명한 선수라는 것을 학생들도 아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사뭇 정겹다.

사실 요즘 이청용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신청한지 두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인 인터넷 때문이다.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불법이긴 해도 각종 국내 TV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시청한다. 특히 ‘1박2일’을 즐겨 본다.”
볼턴(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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