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여자골퍼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2월 30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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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억’ 소문만 무성했던 여자 프로골퍼들의 계약 소식이 연말 들어 자취를 감췄다. 소문난 잔칫집 먹을 게 없는 식이 되고 있다.

12월 초 KLPGA 투어의 마지막 대회가 종료된 후 관심은 여자 골프스타들의 재계약 향방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계약이 만료된 톱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안선주(22)를 비롯해 김하늘(21), 홍란(23), 김보경(23), 이정은(21)과 국내 무대로 복귀한 LPGA 출신의 홍진주(26) 등이다.

시즌 종료와 함께 여자 골프계에는 굵직한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선수는 부족한 데 계속해서 터지는 여자골프단 창단 소식에 선수들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하지만 한 달 여가 지난 현재, 골프단 창단을 계획 중이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계획을 정리하면서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주목받는 스타 중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김보경과 홍란뿐이다.

김보경은 기존 계약사인 스릭슨과 다시 손을 잡았고, 홍란은 계약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의류회사와 사인했다.

소문과 다르게 기업들이 여자골프단 창단을 미루거나 계획을 바꾼 이유는 지나치게 높아진 몸값 때문이다.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라면 최소한 1억 원 이상, 2~3승 이상은 1억5000만 원 이상으로 뛰었다. 톱 프로들 중에는 용품이나 의류 같은 서브 스폰서 계약금으로만 5000만 원씩 부를 정도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몸값에 최소 2배 이상 뛴 기현상이다.

스타의 몸값은 성적과 비례하기 마련이다. 우승하면 몸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접촉을 시도한 관계자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감당하기 힘든 조건들이 많아 계약 성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선수들의 계약 난항을 애초부터 예견됐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몇몇 선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회사와 계약설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은 기존 후원사와 마찰을 빚는 등 눈꼴사나운 풍경도 연출됐다.

일부에서는 “선수들이 마치 한몫을 챙기려는 듯 하다. 스폰서를 파트너가 아닌 금전적인 후원사로만 보는 경향이 높다. 기업들이 모두 빠져나가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달여 만에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계약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선수들에게 스폰서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 모자에 어떤 기업의 로고를 달고 뛰느냐에 따라 자신감이 달라진다. 연간 5000~6000만 원에 달하는 투어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선 스폰서로부터 받는 계약금이 절대적이다.

상금으로 투어경비까지 충당하려면 최소 20위권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한편 지난해 국산골프클럽 E2와 계약을 체결했던 박세리(32)는 최근 국산 골프볼 회사와 계약설이 오가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세리가 국산 골프클럽에 이어 국산 골프볼까지 사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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