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락부락’ 154kg 거구… 알고보면 ‘사근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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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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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연승 이끄는 괴물센터 딕슨

205cm 곰같은 체격 불구 한끼 식사 닭가슴살 5조각
동료와 장난도 잘치고 성실 “킹콩 말고 디젤로 불러줘요”

혼자서는 못막아…
KT 나이젤 딕슨(오른쪽)을 막기에는 두 명으로도 부족해 보인다. 205cm, 154kg의 딕슨은 높이와 힘을 겸비해 리바운드와 골밑 공격을 책임지며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혼자서는 못막아…
KT 나이젤 딕슨(오른쪽)을 막기에는 두 명으로도 부족해 보인다. 205cm, 154kg의 딕슨은 높이와 힘을 겸비해 리바운드와 골밑 공격을 책임지며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요한 건 크기(Size does matter)’라는 말이 있다. 영화 ‘고질라’에 쓰였던 광고 문구다.

요즘 프로농구 KT를 보면 이 얘기가 새삼 실감이 난다. 키 205cm, 몸무게 154kg인 나이젤 딕슨(29)이 이달 초 새롭게 가세한 뒤 패배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딕슨이 뛴 7경기를 포함해 최근 8연승을 질주하며 선두에 나섰다.

○ 선수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KT는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탔어도 어딘가 불안했다. 골밑을 책임질 외국인 선수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뭔가 허전했던 전창진 감독의 눈에 KT&G에서 뛰던 딕슨이 들어왔다. 딕슨은 KT뿐 아니라 삼성, 동부, 전자랜드 등에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KT&G 이상범 감독은 시즌 전 KT로부터 건네받은 가드 박상률이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보답으로 전 감독에게 딕슨을 넘겼다.

육중한 체구의 딕슨이 뛰면서 KT 선수들은 우선 수비 부담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으려면 여러 명이 함정 수비를 펼쳐야 했기에 체력이 달렸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당 평균 35분을 뛰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제스퍼 존슨도 25분 이하로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게 됐다.

KT의 리바운드를 강화시킨 딕슨은 공격에서는 ‘잡으면 한 골’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파괴력을 과시했다. 국내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도 커졌다. 주전 가드 신기성은 “믿음직한 딕슨 덕분에 자신감이 커졌다. 이젠 누구와 맞붙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이 편하게 뛰게 됐다”고 진단한 전 감독은 상대 팀 컬러와 높이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맞춤 라인업을 구사하며 효과를 보고 있다. ‘딕슨 효과’로 KT의 부산 홈 관중은 평균 1300명 넘게 늘었다. 2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7836명이 찾았다. 이쯤 되면 복덩이가 따로 없다.

○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딕슨은 경기가 없던 27일 지난주 미국에서 온 여자친구와 때늦은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즐겼다. 딕슨과 여자친구 모두 미국 남부의 플로리다 주 출신이라 눈을 볼 수 없었기에 추운 날씨에도 서울 강남의 거리를 걸어 다녔다. 여자친구와 사귄 지 10년이 된 순정파인 딕슨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순둥이로 불린다. 전 감독은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와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선수들과 장난도 잘 친다. 배우려는 의지가 많고 성실하다”고 칭찬했다.

체중계를 망가뜨릴 만큼 몸무게가 엄청난 딕슨의 식사량은 그리 많지 않다. 최현 홍보팀장은 “딕슨이 살찌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의외로 심하다”고 말했다. 한때 오믈렛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으며 간식으로 햄버거 두 개가 부족했던 그였지만 요즘은 평소 한 끼에 닭가슴살 5조각 정도만 먹은 뒤 입을 닦는다.

그는 인종차별적인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킹콩’이라는 별명을 싫어한다. 예전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킹콩과 자신의 사진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데다 힘과 파워를 의미하는 ‘디젤’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딕슨은 “내가 와서 계속 연승을 하고 있어 기분이 너무 좋다. 우리 팀은 항상 뭉쳐 있고 다양한 무기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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