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질수야” 서른다섯 언니의 ‘투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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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女농구 올스타전 MVP

“MVP 김∼영∼옥∼.”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35세의 ‘총알 낭자’ 김영옥(국민은행)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어 선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격을 나눴다.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아직 후배들에게 질 수 없죠.”

김영옥은 25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30점을 쏟아 부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4년에도 MVP에 뽑혔던 그는 여자프로농구에서 처음으로 두 번 올스타전 MVP가 됐다. 그는 “처음 MVP가 됐을 땐 잘나가던 때였는데 고참이 돼 상을 받으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미소 지었다.

1998년 실업 무대에 데뷔한 김영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를 했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가 무기. 그 덕분에 ‘총알’이란 별명을 얻었다. 승부욕도 강했다. 졌을 땐 밤늦게까지 남아 수백 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 고참인 지금도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스피드와 정확한 외곽포로 단신(168cm)의 약점을 극복했지만 위기도 있었다. 2004년 소속팀 현대건설이 신한은행으로 인수되면서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을 땐 농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2005년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1위에 올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이끌었다. 그해 그는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이날 경기에선 197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여유만만 팀 언니들이 질풍가도 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선수들)을 100-90으로 이겼다. 여유만만에선 김영옥 외에도 김계령(우리은행·23득점 8리바운드), 변연하(국민은행·17득점 6리바운드) 등이 공격에 앞장섰다. 질풍가도에선 김정은(신세계·20득점)이 활약했다. 3점슛 대결에선 박정은(삼성생명)이, 드리블과 자유투 등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스킬스 챌린지에선 이은혜(우리은행)가 우승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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