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마라도나와 맞짱 뜨고 싶다"…대표팀 전훈 예비명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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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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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현지적응에 나설 국내파들의 윤곽이 잡혔다.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10일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년 초 남아공과 스페인 전지훈련을 떠날 태극전사 예비명단 35명(J-리거 포함)을 발표했다.

이날 허 감독이 발표한 전지훈련 명단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설기현(풀럼), 조원희(위건)와 프랑스 무대에서 뛰는 박주영(AS모나코), 독일 분데스리가의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등 해외파들은 제외되고 국내파 위주로 구성됐다.

이동국(전북)을 비롯해 조용형-강민수(이상 제주), 오범석(울산), 김치우(서울), 이운재(수원) 등 기존 대표팀 멤버들은 어김없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권순태-최철순(이상 전북), 이재성(수원), 신형민-노병준(이상 포항), 김신욱(울산) 등 올 시즌 K-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새롭게 가세했다.

특히 지난 10월 이집트 U―20 월드컵(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의 밟은 미래를 제시한 김보경(홍익대), 구자철(제주), 이승렬(서울) 등도 당당히 허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작은 거인'으로 불리며 최고의 스타로 발돋음했던 김민우는 연세대 측의 거절로 생애 첫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다는데 실패했다.

허 감독은 "우선 적극적으로 선수차출에 도움을 준 K-리그 구단에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국내파가 해외파를 능가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춰야 대표팀이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위주로 뽑았다"고 선발 배경을 밝혔다.

이어 허 감독은 "유럽파가 제외된 상태에서 일본 프로축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합류마저 결정되지 않았다. 35명을 선발한 것은 내년 2월 열릴 동아시아대회 예비엔트리 제출까지 염두해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이정수(교토상가), 조재진(빗셀고베), 김근환(요코하마), 박주호(가시마), 이근호(주빌로) 등 J-리거 5명의 전지훈련 합류를 위해 현재 소속팀에 협조 공문을 보낸 상태다.

허 감독은 전지훈련을 떠나기전 오는 26일과 27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연세대학교 체육전문학 교수에게 의뢰해 체력테스트와 한 차례 자체 평가전을 가질 계획이다. 여기서 25~26명 정도를 추려 3주간의 해외 전지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허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이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선수는 아무리 스타 플레이어라 해도 제외될 것이다"며 지난해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애를 먹은 경우를 떠올렸다.

특히 허 감독은 선수들이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희생정신과 투쟁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대표팀 감독 취임 당시 밝혔던 자신의 축구 철학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우선 고지대 적응력이 뛰어나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희생정신과 승리를 향한 투쟁정신일 것이다."

허 감독은 지난 5일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조 추첨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한 조에 속하면서 본격적인 정보전에 돌입했다.

남아공에서 귀국한 뒤 맞춤형 전략을 구상하겠다고 밝혔던 허 감독은 "상대국들의 정보는 계속해서 입수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최근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참관해 전력을 분석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유로2004 우승국 그리스의 전력에 대해서는 "그리스는 수비가 두텁다. 유로2004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기동력, 공격수들의 제공력, 돌파 등이 상당히 안정됐고 세련된 축구를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허 감독은 같은 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아르헨티나는 세계 톱클래스의 팀이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남미 팀답지 않은 빠른 스피드한 경기운영이 장점이 있다. 상대 스피드에 끌려 다니지 않고 반격을 해볼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1986년 제13회 멕시코 월드컵에서 선수로서 맞대결을 펼쳤던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과 재회한 허 감독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당시 허 감독은 마라도나를 상대로 거친 수비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허 감독은 웃으며 "다시 붙어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처럼 허무하게 지고 싶지 않다. 정말 한번 맞짱 뜨고 싶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한편, 대표팀은 내년 1월4일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모일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겨 2일이나 3일 소집하고 이틀 후 월드컵 기간 베이스캠프를 차릴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로 떠난다.

루스텐버그(해발 1천250m)에서는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이 해발 1천753m의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점을 고려해 고지대 적응훈련에 집중한다. 또 현지 클럽팀과 요하네스버그에서 두 차례, 더반이나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 정도 친선경기도 계획 중이다.

루스텐버그에서 열흘 정도 담금질을 한 대표팀은 1월15일을 전후해 스페인 말라가로 이동, 이곳에서 23일까지 8일 정도 훈련한다.

말라가에서도 2-3차례 연습경기로 선수들의 떨어진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다. 평가전 상대로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핀란드가 확정됐다.

이후 대표팀은 1월24일 귀국해 짧은 휴식을 가진 뒤 2월 6∼14일 일본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사진=허정무 감독.스포츠동아DB)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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