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위 아버지 위병욱 씨 “딸 힘들어할때 내 가슴도 새까맣게 탔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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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후 많이 안정 찾아
공부하며 하루 5시간 연습
다시 일어선 딸 자랑스러워”

“서울은 이제 꽤 추워졌죠?”

쌀쌀해진 날씨 얘기로 말문을 연 그의 목소리가 따뜻하게 들렸다. 오랫동안 갈망한 우승의 기쁨 때문인 듯했다. 설사 그가 북극에 있다고 해도 마음만큼은 훈훈할 것 같았다.

16일 멕시코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둔 미셸 위(20)의 아버지 위병욱 씨(49). 멕시코를 떠나 이번 주 시즌 마지막 대회가 열리는 미국 휴스턴으로 이동한 그는 17일 통화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좋네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힘든 고비가 많았잖아요. 그래도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는데 아내는 많이 울더군요. 미셸은 친한 동료들과 밤늦도록 맥주 파티를 했어요.”

하와이대에서 교수로 강단에 섰던 위 씨는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 서현경 씨(42) 사이에 낳은 외동딸 미셸 위에게 다섯 살 때 처음 골프클럽을 쥐여줬다. 그때부터 그림자처럼 딸을 쫓아다니며 코치, 캐디, 매니저 역할까지 1인 다역을 맡은 전형적인 골프 대디였다. 미셸 위가 천재 소녀로 화려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는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와 비교되기도 했다. 하지만 딸이 오랜 부진과 좌절에 빠지면서 그의 가슴은 새까맣게 탈 때가 많았다.

미셸 위가 마침내 정상에 오른 비결은 뭘까. 위 씨는 “어리기만 했던 10대 시절 미셸은 뭘 해야 할지 어리둥절해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스무 살이 된 뒤 한층 성숙해지고 삶에 안정을 찾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2007년 가을 스탠퍼드대에 입학해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고 좋은 경험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위 씨는 “우승 문턱에서 여러 차례 무너졌고 준우승도 6번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요령도 터득했다”고 덧붙였다.

쇼트게임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올해 68세인 데이브 스톡턴에게 8월 솔하임컵을 앞두고 2시간 레슨을 받은 효과가 있었다. 몇 가지 팁을 배운 뒤 집중 연습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2주 동안 수업을 빠지게 된 미셸 위는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듣고 과제물도 제출하고 있다. 그의 전공은 커뮤니케이션.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동기들보다 졸업은 2년 정도 늦어진다. 미셸 위는 골프 훈련을 위해 강의 스케줄도 오전 이른 시간과 오후 늦은 시간으로 조정했다. 하루 5시간 정도 연습 라운드, 샷 연습,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반복하고 있다.

위 씨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떠오른다. 모든 게 쉽게 풀렸다면 인생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상과 어려움을 극복해 낸 딸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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