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미안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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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7일 22시 21분


“요미우리 경기에 아빠는 왜 없어?”…네살 은혁이의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데뷔 후 최악의 시즌.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한 해였다. 그만큼 자존심도 상했다. 이승엽은 17일 김포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김포공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데뷔 후 최악의 시즌.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한 해였다. 그만큼 자존심도 상했다. 이승엽은 17일 김포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김포공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올 생애 최악의 성적…“아들아, 내년엔 도쿄돔서 야구하는 모습 꼭 보여줄게”

“아들에게 부끄러웠다. 모든 걸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승엽(33·요미우리)이 17일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했다. 생애 최악의 성적, 잊고 싶은 한해였지만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한해였다.

77경기에 출장해 223타수 51안타로 타율은 0.223에 불과했다. 한국시절을 포함해 이같이 저조한 타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트레이드마크인 홈런도 16개에 불과했다. 타점도 36개. 3년 전인 2006년 41홈런 108타점을 올렸던 요미우리 4번타자의 위용은 사라졌다. 그렇게 길게 2군생활을 한 적은 없었다. 1군에서도 8번타자로 나서기도 했고, 때로는 대타로, 때로는 대수비로 출전하는 신세가 됐다.

2군을 전전할 때 스스로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네 살배기 아들 은혁의 한마디에 가슴이 미어졌다. “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도쿄돔에서 야구하는데 아빠는 없어?” 그래서인지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도 “가장으로서 미안했다. 아들의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년에는 아빠가 도쿄돔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2년 연속 부진. 지난해에는 오른손 엄지 수술 여파라는 핑계거리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변명도 하기 싫다. 이제는 팀내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쟁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절박하다. 그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두고 “현실을 인정하겠다”면서 “위기”라고 표현했다.

“가족은 나의 힘” 아내 이송정 씨(왼쪽)를 대동한 이승엽이 마스크를 쓴 아들 은혁(오른쪽)을 안은 채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포공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가족은 나의 힘” 아내 이송정 씨(왼쪽)를 대동한 이승엽이 마스크를 쓴 아들 은혁(오른쪽)을 안은 채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김포공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2년간 결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할말이 없다. 2군생활도 오래 했고, 30타석 이상(35연타석) 무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술보다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자동차로 치면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지난 겨울 내 모든 걸 걸고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기술이든, 정신력이든, 연습이든 뭔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올 겨울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 내년 캠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1년 내내 힘들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내년은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 마지막 해. 외국인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부진하면 진로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예년보다 빨리 훈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다시 도전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포공항|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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