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본 KS맨] 서 있기만 해도 큰 힘이 되는 우리들의 큰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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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7시 00분


KIA이종범의 24시

▲ ‘이제 1승이다!’ 이종범(왼쪽)은 후배들을 향해 검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1승 남았으니 열심히 하자’는 격려이자 한층 가까워진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의 표현.
▲ ‘이제 1승이다!’ 이종범(왼쪽)은 후배들을 향해 검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1승 남았으니 열심히 하자’는 격려이자 한층 가까워진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의 표현.
‘바람의 아들’ KIA 이종범(39)은 팀의 상징적인 존재다. 조범현 감독도 “이종범이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큰 배움”이라고 말한다. 올해 재계약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은퇴 압박을 받았음에도 그라운드를 선택한 야구계의 큰 형님. 93년과 97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국내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그가 12년 만에 우승을 향해 다시 뛰고 있다. 올 한국시리즈에서도 안타는 물론 볼넷을 골라서라도 출루하며 승리를 향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그의 하루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잠실| 특별취재반춤추는 호랑이?…“앗싸 호랑나비”

▲ ‘발랄(?)한 종범신.’ 이종범은 노장선수다. 그러나 5차전 전 그의 발걸음은 젊은 선수들 못지 않게 가벼웠다. 승리를 예감했기 때문일까.골라! 골라!…이쁜 놈으로 골라!

▲ ‘경기 전 장비 점검은 필수.’ 전쟁터에 나가기 전 총과 총알을 챙기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이종범이 진지한 표정으로 방망이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다.
코치님 오늘의 키플레이어는 누구?

▲ ‘5차전은 쳐줘야 하는데….’ 배팅케이지에서 김동재 수비코치와 후배들의 타격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방망이 때문에 3, 4차전을 SK에 내줬다. 잘 터지던 이종범의 방망이도 4차전에서는 멈췄으니 답답함이 클 수밖에.
“3승 가자!”…모자도 고쳐 쓰고

▲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이종범이 이를 악물었다. 경기 전 모자를 눌러쓰는 손에도 힘이 느껴진다. KIA 입장에서는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큰 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로서 그의 어깨가 한없이 무겁다.
비장한 큰 형님…적의 동태도 살피고

▲ ‘오늘도 출루할 수 있도록.’ 3번(3차전), 5번(4차전) 타순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이날 타순은 6번.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번타자로 나서 3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두 눈을 꼭 감고 국민의례를 하는 그의 얼굴에서 절실함이 느껴진다.
엉거주춤 슬금슬금…불나게 뛰어라
▲ ‘상훈아, 형 뛸까?’ 2회 중심타자 최희섭-김상현이 범타에 그쳤지만 이종범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KIA 타자 중 첫 출루. 다음 타자인 김상훈은 가을에는 주춤하고 있지만 정규시즌 중에는 방망이가 매서웠다. 주장을 믿고 달리기 시작한 ‘바람의 아들’.아이구 우리 이쁜이 왔어 잘했어

▲ ‘선취점이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는 유독 선취점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3회 1사 1·3루서 이용규가 기막힌 스퀴즈번트로 3루주자를 불러들이자 덕아웃 앞까지 나와 기뻐하고 있다. “정말 잘했어. 오늘은 우리가 반드시 이길 거야.”
아뿔싸! 딱 맞았는데…빗맞았군

▲ ‘아이고! 잘못 맞았네.’ 4회 다시 주자 없이 2사. 이번에는 참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배트 중심에 빗겨 맞고 말았다. 타구는 결국 박정권의 글러브로 쏙!
방망이까지 부러졌건만…볼넷 출루

▲ ‘배트가 부러져도….’ 6회 1·2루서 방망이가 부러지며 땅볼 타구를 쳐낸 이종범. 1루에 있던 김상현은 2루에서 아웃됐다. 그러나 유격수가 악송구를 하면서 이종범은 2루까지 내달렸다.
수비 방해? 아니라니깐요

▲ ‘이게 뭐냐고.’ 하지만 SK 김성근 감독이 슬라이딩하던 김상현의 발에 유격수 발이 걸린 게 “수비방해”라고 거칠게 항의했고, 팀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불러들였다. 그라운드에 있던 ‘종범신’은 허탈한 웃음만.

‘바람의 손자’ 뜨니 ‘바람의 아들’도 방긋

KIA의 최고참 이종범은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평소보다 더 과묵해졌다. “큰 경기일수록 상대방에게 조금의 틈도 보여서는 절대 안된다”며 조용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묵묵히 이끌고 있다.

그러나 5차전을 앞둔 이종범은 관중석 쪽을 쓱 한번 쳐다본 후 환하게 웃었다. 아직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날 아내와 아들이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광주에서 잠실을 찾기로 한 것.

이종범은 “아들이 오늘 학교도 빠진 것 같다”고 미소 지으며 “아들 친구들도 내가 야구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 친구들이 사인을 많이 해달라고 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종범은 아들 정후(11)와 딸 가연(9) 두 아이의 아빠다. 특히 정후 군은 아빠를 쏙 빼닮은 외모에 야구실력까지 뛰어나 광주 야구팬들에게 ‘바람의 손자’, ‘무등산 아기 호랑이’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가 없을 때도 종종 광주구장을 찾아 KIA 선수들의 연습을 지켜보는 정후 군은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아빠를 위해 잠실 원정응원까지 자청했다.

이종범은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들이 왔을 때 승률이 좋았던 것 같다”며 한 번 더 환하게 웃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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