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스포츠선수들 “존경하는 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6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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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눌님을 존경해유~"

심리학자 겸 작가인 앤소니 피에트로핀토는 남성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썼다.

"남자들은 이상형의 아내로 거실에서는 귀부인, 부엌에서는 경제학자, 침실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에 야한 티를 내는 여자를 원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부엌에서는 귀부인, 거실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침실에서는 경제학자가 되는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남자들이 머리 속에 그리는 이상형 아내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또한 바래서도 안 될 것이다. 왜? 남자들도 여자들이 그리는 이상형 남편 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목한 부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면 약점도 장점으로 보이며 백년해로하지 않을까.

여기서 운동선수들의 경우를 보면 '아내를 존경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소위 아내를 각별하게 사랑하는 애처가(愛妻家)의 경지를 넘어 아내를 존경하는 경처가(敬妻家)의 경지에 이른 선수들이 스타플레이어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1일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은퇴 레이스를 펼치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삼성전자육상단).
이봉주가 통산 41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국민 마라토너'라는 명예로운 칭호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경처가이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평.

이봉주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의 소개로 동갑내기 부인 김미순 씨를 만났다. 김 씨는 황 감독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간호사였다. 첫 만나는 날이 김 씨의 생일이었고 이봉주로부터 인형을 생일선물로 받은 김 씨는 8년 간 연애 끝에 2002년 결혼했다.
이후 이봉주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기상 시간인 오전 4시30분에 맞춰 일어나 새벽운동을 다녀오면 정성들인 아침을 마련해주고 저녁 이후에는 안마까지 해주는 아내. 요리 솜씨도 좋은 김 씨는 15가지 이상의 반찬으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해주었다.

이봉주는 이런 아내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이봉주는 모든 일을 결정할 때에는 우선 부인과 상의를 하고 조언을 받아 행동했고 이제까지 최고의 선수로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인터넷에서 '얼짱 아들'로 유명세를 치른 우석(6)과 승진(5) 두 아들을 둔 이봉주. 그는 부인의 알뜰한 살림살이로 경제적으로도 아무런 걱정 없이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고 있다.

아무리 경처가라 해도 공개적으로 "나는 아내를 존경한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SK의 강타자 박정권(28)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할 겁니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낸다. 그의 부인 김은미 씨는 박정권과 동갑내기.

올 시즌 SK에서 주전자리를 굳힌 박정권은 "와이프는 나의 멘토다. 일단 높은 공은 치지 말고 낮게 떨어지는 공은 절대로 치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한다"며 "와이프의 지도에 충실하면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공공연히 밝힌다. 그는 "하루는 홈런 한방 치고 집에 들어가 큰소리를 했더니 '건방 떨지 말라'고 하던데요"라고도 했다.

어디 이봉주 박정권 뿐이겠는가. "아내를 존경하고 그의 말을 잘 듣자. 그러면 행복이 온다. ^^~"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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