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가정법 야구’] IF, ‘8번 임재철 카드’ 안통했다면…

  • 입력 2009년 10월 1일 0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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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타순 재구성’ 두산 재미 톡톡

두산이 1차전 패배의 좌절을 딛고 2차전을 승리하면서 이제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하루 휴식을 취한 뒤 펼쳐지는 3차전(2일)이 이번 시리즈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한판이 될 것은 분명하다.

○금민철 초반 공략에 실패한 롯데

두산 선발 금민철은 초반에 흔들리는 스타일이다. 롯데가 1,2회 흔들어 놓았다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게임이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1회 선두타자 김주찬의 사구 뒤 희생번트 후 후속타가 불발됐고, 2회 1사 1루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3회 이승화의 병살타는 공격의 흐름을 끊으면서 금민철의 기를 완전히 살려준 계기가 됐다.

○타순, 그 오묘함의 승리

두산 김경문 감독은 8번 임재철, 9번 용덕한 카드를 내밀었다. 1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둘 중 누구를 8번으로 쓸까, 고민을 하다 용덕한을 기용했는데 재미를 보지 못했고 결국 2차전에서 둘의 타순을 맞바꿨다. 김 감독의 용병술은 3회, 둘의 첫 번째 공격 때부터 빛을 발했다. 선두타자 임재철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용덕한의 희생번트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볼 카운트 0-1에서 강공 지시를 했다가 용덕한이 헛스윙을 하자 작전을 바꿨고 뜻을 이뤘다. 이후 이종욱 고영민으로 이어지는 연속안타가 터지며 4점 대량득점으로 연결됐다. 반대 타순이었다면 같은 결과로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 임재철-용덕한 조합은 4회와 6회, 임재철 출루 뒤 용덕한 삼진 때 임재철의 도루 성공 등 매번 좋은 결과를 빚었다.

○김동주의 과감한 베이스 러닝과 감각적인 슬라이딩

두산은 ‘발야구’의 팀. 그러나 1차전에선 롯데가 세 번의 도루를 시도, 한번 성공한 것과 달리 두산은 시도조차 한번 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그대로 승부로 이어졌다. 2차전에 비로소 두산 발야구의 힘이 발휘됐다. 눈에 드러나는 도루보다 ‘숨어있는 0.1초’를 찾아낸 고급스런 발야구였다. 3회 2사 1·3루, 최준석의 우익수 쪽 짧은 2루타 때 김동주는 홈까지 쇄도, 아웃타이밍에서 포수 태그를 피해 감각적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됐다. 우익수가 강견으로 소문난 가르시아였지만 가르시아의 타구 판단에 순간적인 미스가 있었음을 놓치지 않았다. 4득점째. 3점과 4점은 두산은 물론 상대의 불펜 투수 운용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점수였다. 고영민은 깊숙한 유격수 땅볼을 때린 뒤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된 것 역시 두산 발야구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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