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만에 ‘명품대회’ 공인… 뉴욕 런던 베를린과 어깨 나란히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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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열린 제80회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만여 건각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일제히 출발하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3월 16일 열린 제80회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만여 건각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일제히 출발하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제강점기엔 ‘민족혼 해방구’… 나라잃은 恨 마라톤으로 달래
손기정-이봉주-황영조 등 배출
마스터스 신설… 대중화 이끌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하는 최고 단계인 골드 대회로 승격된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는 일제강점기부터 국민과 희로애락을 같이 했다. 1931년 첫발을 뗀 동아마라톤은 올해까지 80회 대회를 여는 동안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울분을 달래준 전령이었다.

○ 일제강점기의 해방구

동아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고 손기정 선생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시킨 요람이었다. 당시 마라톤은 조선인의 울분을 달래고 희망을 전해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손 선생은 1932년 2회 대회에 처음 출전해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고 3회 대회에서 우승해 국내 1인자로 우뚝 섰다. 3년 뒤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29분19초의 올림픽 최고 기록으로 올리브 관을 썼다. 동아일보는 8월 25일자 손 선생의 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 조선인들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심었다.

○ 한국 마라톤의 젖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삼성전자), 현역 최강 지영준(경찰대) 등 한국 마라톤의 간판은 모두 동아마라톤 출신이다.

동아마라톤은 신기록의 산실로도 명성을 떨쳤다. 남자 마라톤에서 수립된 한국 기록 28회 가운데 10번이 동아마라톤에서 나왔다. 김완기(당시 코오롱)는 1990년과 1994년 대회에서 한국 기록을 세우며 ‘신기록의 사나이’로 명성을 떨쳤다.

○ 마라톤 붐 조성

동아마라톤은 1994년 국내 최초로 일반 국민이 참가하는 마스터스 부문을 신설해 마라톤 붐을 일으켰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민은 달리는 즐거움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마스터스 부문은 첫해인 1994년 174명이 출전한 뒤 1998년 6931명, 1999년엔 국내 단일 종목 사상 최초로 1만 명(1만1303명)을 넘었다. 마라톤의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최근에는 2만여 명의 마스터스가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내 마라톤 인구가 400만 명에 이른 데는 동아마라톤의 역할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국내를 넘어 세계 명품 대회로

동아마라톤은 2000년 경북 경주시에서 서울로 대회 장소를 옮겼다. 2004년에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으로 명칭을 바꿨다. 세계적인 마라톤의 첫째 조건은 ‘수도의 도심을 달린다’는 것이다. 동아마라톤이 서울로 대회 장소를 옮겨온 이유다.

세계적인 마라톤으로 인정받기 위해 좋은 기록은 필수 조건이다.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은 2000년 이후 서울 코스를 7차례나 변경했다. 모든 참가자가 편안하게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세계적인 건각들도 초청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4년 남아공의 거트 타이스는 2시간7분6초의 국내 대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그해 세계 랭킹 6위에 해당한다. 서울국제마라톤이 세계적인 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증거였다. 국내 개최 대회 역대 남자부 톱7이 모두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나왔다.

서울국제마라톤은 마스터스 참가자 수에서도 국내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자선기금 모금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하합니다” 마라톤 관계자들 축하 메시지

b>“한국 마라톤 빛낸 쾌거”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서울국제마라톤이 골드대회로 승격한 것은 한국을 빛낸 쾌거다. 그동안 한국은 고 손기정 선생님과 함기용 선생님 등 마라톤을 잘하는 나라로만 알려졌는데 마라톤대회에서도 세계적인 평가를 받아 자랑스럽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온 최고 역사의 동아마라톤이 평탄한 코스 개발에 힘쓰고 세계적 선수들을 초청하는 등 노력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동아마라톤은 엘리트 부문은 물론 생활 속의 스포츠로 만들기 위해 마스터스 부문에도 많은 투자를 해 대회 운영에서도 세계 굴지의 마라톤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b>“최고대접 받게 돼 기뻐”
이봉주 삼성전자 마라톤 선수(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톤대회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좋은 기록이 나왔고 서울 시민의 반응도 뜨거웠다. 평소 세계무대에 내놔도 흠 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드디어 명품 대접을 받게 됐다. 이제 선수들도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때가 됐다. 후배들이 열심히 뛰어 서울국제마라톤을 더욱 빛내줄 것으로 믿는다.


b>“선수 발굴 더욱 힘쓸터”
김재룡 한국전력 코치(제62, 63회 동아마라톤 챔피언)

동아마라톤이 수십 년간 국내 마라톤 발전을 위해 힘써온 결과다. 서울국제마라톤이 세계 속의 마라톤대회로 거듭나고 있어 행복하다. 다만 우리 선수들의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자의 한 명으로 좋은 선수를 육성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이제라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국내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선수 발굴에 힘쓰겠다.


b>“국내외 유망주 등용문”
지영준 경찰대 선수(제74회 서울국제마라톤 2위)

한국 마라톤 발전에 이바지한 서울국제마라톤이 경사를 맞은 것을 축하한다. 국내 선수들은 꿈의 무대인 서울국제마라톤에 나서기 위해 치열한 동계 훈련을 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서울 거리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국제마라톤은 육상 유망주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부상으로 재활훈련을 하고 있지만 10월 초에 제대하면 충실히 동계훈련에 임할 생각이다. 내년 첫 골드대회인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으로 우승하고 싶다.


b>“세계스타들 더 몰릴 것”
황규훈 건국대 감독(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올해 113회째인 보스턴마라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인 80년 역사의 동아마라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기쁘다. 한국 마라톤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국제마라톤이 명실상부한 골드대회로 거듭나면서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이 경합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 선수들도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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