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내 운명… 2살 아들도 발차기”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파키스탄의 인기 배우 샤카트 파잘 씨가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에서 옆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1987년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파잘 씨는 1993년 태권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출연해 히트를 친 뒤 태권도 전도사가 됐다. 사진 제공 국기원
파키스탄의 인기 배우 샤카트 파잘 씨가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에서 옆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1987년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파잘 씨는 1993년 태권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출연해 히트를 친 뒤 태권도 전도사가 됐다. 사진 제공 국기원
22년간 수련 파키스탄 인기배우 파잘, 지도자 포럼 참석 위해 방한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턱을 가릴 정도로 덥수룩한 수염에 부리부리한 눈매, 두꺼운 팔뚝과 탄탄한 몸매까지….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다. 약속 시간에 딱 맞게 왔는데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0분 전에 도착해 여유 있게 사람을 맞는 게 예의죠.”

샤카트 파잘 씨(45)는 파키스탄의 인기 배우다. 그가 1993년 출연했던 태권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빅 히트를 쳤다. 파잘 씨가 한국에 오게 된 건 태권도와의 인연 때문. 그는 1987년부터 태권도를 수련했다. 드라마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도 태권도 덕분. 우연히 태권도장을 찾은 TV 프로듀서가 그를 본 뒤 바로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태권도 실력을 겸비한 그는 드라마에서 태권 고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태권도 역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파키스탄 내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드라마가 방영된 뒤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늘어 아예 도장을 차렸다”며 웃었다. 그의 도장은 이미 500명이 넘는 태권도 유단자를 길러 냈다. 파잘 씨는 태권도를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1일부터 사흘간 국기원에서 주최한 ‘세계태권도지도자포럼’에 초청받았다. 전 세계 태권도 지도자 200여 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그는 “태권도에 기여할 기회를 준 국기원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특수부대원 출신 아버지를 존경했던 파잘 씨는 원래 멋진 군인이 되고 싶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태권도 시범을 보게 됐다. “아름다운 발차기와 절도 있는 자세에 푹 빠졌죠.” 이때부터 태권도와 그는 ‘운명’처럼 엮였다.

공인 6단인 파잘 씨의 태권도 사랑은 5명의 자식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태권도 2단인 첫째 딸은 물론 두 살인 막내아들까지 태권도를 좋아한단다. 그는 “막내가 태권도 발차기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파키스탄 외교관이기도 한 그는 “태권도를 전 세계에 알리는 태권도 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태권도는 어떤 의미일까. “몇 년 전 고혈압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태권도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태권도는 제 마음의 고향이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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