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24시] ‘감춰진 진주를 찾아라’

  • 입력 2009년 3월 29일 17시 52분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찾기 위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중학생부터 고교선수, 대학선수, 자유계약선수(FA) 등 숨은 진주를 발굴해내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야구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심지어 비시즌 기간에는 용병선수 영입을 위해 해외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한국 프로야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삶이다.

○ 고된 삶 뒤에 보람 찾는 직업

스카우트들의 24시간을 들여다보면 ‘고되다’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현재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를 예로 들면, 아침 일찍 경기장을 찾아 분주한 하루를 준비한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일이 마무리되는 시간은 저녁 9-10시. 점심, 저녁 식사시간과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 외에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김진철 LG 스카우트 팀장은 “하루에 4경기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51개 고교팀의 모든 선수들을 분석하면서 총 50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카우트들의 바쁜 생활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계속된다. 이들은 직접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찾아 다니며 관심 있는 선수를 만나 몸상태 뿐만 아니라 인성과 사생활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착한 성품을 지니고 야구에 전념하는 선수일수록 ‘먹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스카우트계의 중론.

이에 대해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 차장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서 실패할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개인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선수들을 찾아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된 삶을 살고 있는 스카우트들은 자신이 뽑은 선수들에게서 보람을 찾는다.

현대 유니콘스 스카우트 시절 박재홍, 김수경, 조용준, 이동학, 오재영 등 5명의 신인왕을 배출시키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 팀장은 “내가 뽑은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 잘 해주면 힘든 것이 사라진다. 선수 선발에 대한 중압감이 짓누르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힘을 얻는 것은 스카우트로서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이 차장 역시 “당장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가 3~4년 뒤 내가 세운 계획과 맞아 떨어졌을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현홍 두산 스카우트 팀장과 이 차장은 젊은 국내 선수들로 두산 선발 마운드를 꾸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장에서는 전문가…가정에서는 ‘빵점’ 아빠

한국에 27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스카우트란 직업은 일반인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특수직이다. 적은 인원들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다 보니 스카우트들이 1년에 휴식을 갖는 시간은 고작 보름 남짓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전문가로 불리지만, 가정에서는 ‘빵점’ 가장이 될 수 밖에 없다.

1남1녀를 둔 LG 김 팀장은 “일이 바쁘다 보니 21년째 가족들과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다. 빵점 아빠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자식들도 다 자랐고, 무엇보다 아내가 전문직을 수행하는 나를 많이 이해해준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 꽃샘추위로 스카우트의 서열을 알 수 있다(?)

어느 조직이나 선후배 관계는 명확하게 정립되지만, 체육계는 이 관계가 더욱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황금사자기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목동에 매서운 ‘꽃샘추위’가 엄습하면서 스카우트드계의 서열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베테랑 스카우트들은 쌀쌀한 날씨를 피해 실내에서 분석을 하고 있는 데 반해 경력이 짧은 스카우트들은 스탠드에서 찬바람을 맞고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에게 두터운 점퍼, 털모자, 안면마스크, 장갑, 귀마개는 필수품이 됐다.

이에 김정수 KIA 스카우트는 크게 웃으며 “짬(?)이 안 되는데 어떻게 내려가겠는가. 좀 더 젊은 우리가 찬바람을 맞는 것이 차라리 낫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전면 드래프트’, 전력 평준화를 위한 올바른 선택

스카우트들은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부터 지역 연고를 없애고 전면 드래프트(8월 17일)를 실시하는 것에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프로구단들의 전력 평준화를 이룬다는 것에 적극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 규정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너무 늦은 드래프트 시기로 좋은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을 미국 메이저리그에 빼앗겨 자칫 국내 프로야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

이에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KBO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부모들의 올바른 생각이다. 당장 큰 계약금을 제시하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유혹보다는 자식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실패한 많은 선수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국내 프로리그를 거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해 모든 선수의 데이터를 꼼꼼히 체크하는 김진철 LG 트윈스 스카우트 팀장(왼쪽)과 이복근 두산 베어스 스카우트 차장.(맨윗사진)

꽃샘추위에 맞서며 제63회 황금사자기 대회를 관전하고 있는 프로야구 8개구단의 스카우트(두번째 사진).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유영주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박형주 대학생 인턴기자

[제63회 황금사자기 특집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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