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2회연속 4강 …한국야구 자랑스럽다

  • 입력 2009년 3월 20일 08시 09분


한국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19일(한국시간)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감기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김 감독은 이날 코칭스태프와 점심식사를 하고 샌디에이고의 명소 코로나도 호텔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담소를 즐겼다.

코로나도 호텔은 100년이 훨씬 넘는 목조건물로 미국 대통령들이 샌디에이고를 방문했을 때 묵는 숙소로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어제 일본에게 졌으면 소름끼칠 뻔 했어. 지면 오늘 여기에 오지도 못했지. 이기니까 좋군”이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승자의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20일 벌어지는 조 1위 결정전을 앞두고 “지역예선 때는 조 1위가 중요했지만 이번 4강전은 조 순위가 큰 의미가 없다. 조 1위보다 오히려 2위가 나을 수 있다. 2위로 결승까지 올라갈 때는 징검다리 일정이 돼 투수 운용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 20일 경기는 상금 40만달러가 걸려 있는 ‘머니게임’일뿐 우승에 도전하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1조에서 2위가 되면 22일 준결승을 벌이고, 1위는 23일에 경기를 한다. 결승전은 24일이다.

3년 전 한국야구가 WBC 원년 대회에서 4강 진출을 확정했을 때는 샌디에이고(준결승 장소)행 자체가 우승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2회 대회에서는 1조에서 가장 먼저 4강행을 확정하고 ‘상대를 누구로 고르는 게 좋을까’하는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로 여유를 갖게 됐다. 한국야구의 발전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전 국제대회에서 쿠바를 만나면 투수들이 선발을 기피하고, 일본과 격돌하면 왠지 주눅 들었던 한국야구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가 한국야구를 우러러 보고 있다. 미국의 방송 캐스터들은 한국의 기본기 야구에 경탄하고 있고, 야구 저변이 넓은 일본은 한국 앞에서 자꾸 작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주최하는 WBC 대회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팬들과 언론에 WBC 대회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해 여전히 변방 대회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팀 경기에 2만명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회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이 크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WBC 대회가 한국야구를 세계에 알리는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한번 이기는 것은 플루크(fluke· 요행수), 두번은 공식적 이변(official upset)’으로 평한다.

따라서 한국의 2회 대회 연속 4강 진출은 공식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한국야구의 힘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미국 교포들에게 어깨를 으쓱이게 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야구다.

샌디에이고|문상열

[화보]영원한 맞수! 2009 WBC 한일전 명장면을 한눈에

[관련기사]“WBC는 한일정기전?” …야구팬은 지친다

[관련기사]이겨? 말어? 김인식 감독 한일 4차대전 딜레마

[관련기사]짱!원삼 “오늘은 복수하마” … 닮은꼴 우쓰미와 ‘좌완 맞대결’

[관련기사]전술보다 사람이다… ‘人의 리더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