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WBC는 한일정기전?” …야구팬은 지친다

  • 입력 2009년 3월 20일 08시 02분


19일(한국시간) 일본이 쿠바를 꺾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진출을 확정하자 일본의 한 기자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왔다.

한국과 함께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지만 또 다시 한국과 대결해야한다는 아이러니한 운명에 대해 딱히 설명할 길도 없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다. 동일 대회에 벌써 4번째 한일전이다.

일본 닛칸스포츠의 야마우치 다카아키 기자는 “대회방식이 너무 황당하다. 1·2위 결정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이라도 4강에 먼저 올라간 팀이 1위를 차지하고, 패자부활전에서 이기고 올라온 팀이 2위를 차지하면 충분하다. 차라리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가리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야마우치 기자의 지적처럼 한국과 일본이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최대 5차례나 맞붙어야하는 WBC 대회 방식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에서도 2차례나 일본을 먼저 꺾었지만 4강전에서 3번째로 맞붙어 귀국 보따리를 싸야만 했다. 이번에는 3년 전보다 한일전이 더 많아지게 생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미 WBC 조직위원회측에 대회 방식 재고에 대해 수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다”였다.

WBC 사무국 접촉 창구역을 맡고 있는 KBO 박정근 과장은 “WBC 사무국도 한국과 일본의 불만을 알고 있다. 계속 대회 방식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러나 흥행을 위해서는 두 나라가 감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1회 대회 때 한국 교민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구장을 가득 메운 것을 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고의 라이벌인 한일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차기 대회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대진표가 짜여질 게 뻔하다.

다른 일본기자는 “한국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아니라 ‘한일베이스볼클래식’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일 정기전’이라고도 한다”는 말에 박장대소를 하며 동의하기도 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번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20일 네 번째 재주를 부려야하는 운명이다.

1·2위 결정전까지 만들어 돈을 벌려는 메이저리그의 상술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다. 보는 팬들도 힘겨울 지경이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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