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흥국생명은 감독 무덤?

  • 입력 2009년 3월 12일 08시 01분


여자 프로스포츠에 사령탑 사퇴 바람이 불고 있다. 11일 두 가지 소식이 연달아 터졌다. 여자배구 흥국생명 이승현 감독과 여자농구 춘천 우리은행 박건연 감독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자진 사퇴의 표면적 이유는 성적 부진과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그러나 두 감독의 사연은 사뭇 다르다.

작년 12월30일 갑작스레 경질된 황현주 전 감독에 이어 새로 부임한 이승현 감독은 8일 GS칼텍스에 패한 뒤 심경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은 이 감독이 10일 사퇴 의사를 전하자 만류했지만 이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 감독은 V리그 사상 최단명 감독이란 불명예도 함께 안았다. 황 전 감독을 경질하며 구단은 ▲부상 선수 기용 ▲지나친 승부 집착으로 인한 실추된 구단 이미지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창 1위를 달리던 사령탑을 내친 이유로는 적절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영입도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작전타임 때 적극적으로 선수들에 지시하는 모습보다 한 발 물러선 채 지켜보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스타성이 강한 선수들을 다잡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이 감독은 종종 취재진을 향해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흥국생명은 일단 어창선 수석코치 대행체제로 이번 시즌을 마칠 예정이다.

이 감독의 사퇴가 ‘전격적’이었다면, 작년 5월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박명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팀을 맡은 박건연 감독의 경우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최하위 성적과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시즌 막바지 무렵, 박 감독은 “20년이 넘는 농구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 모든 걸 잊고 잠시 쉬고 싶다. 안정이 필요할 때”라고 일찌감치 사퇴를 암시한 바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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