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요미우리전 직전 도쿄돔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이 말을 김일융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에게 해줬습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짧게 말하더군요. “그게 이승엽을 돕는 거라 생각하나? 정말 돕고 싶다면 맞혀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몸쪽 볼만 던져야 된다.”
이승엽의 당면 과제인 몸쪽 코스로 집요하게 던져서 거기에 대응하도록 해주는 게 배려라는 시각입니다. 철저히 최선으로 상대하라. ‘일본식 배려’라 할까요?
그러고 보니 선동열 삼성 감독의 주니치 은퇴경기가 떠오릅니다. 주니치가 선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히 마련한 무대였는데 상대팀은 숙적 요미우리였습니다. 요미우리도 마쓰이 히데키(현 뉴욕 양키스)를 타자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마쓰이는 선 감독 공을 기어코 받아쳐 안타를 만들더군요. ‘고별 이벤트인데 왜 저렇게까지’, 의아했습니다. 마쓰이도 그 질문을 받은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그의 대답이 진지했습니다. “물론 일부러 삼진을 먹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투수 선동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전력을 쏟는 게 선 감독을 향한 마쓰이의 배려였던 셈입니다.
일본야구의 전설 나가시마 시게오의 요미우리 감독 고별경기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고시엔에서 열린 경기를 위성TV로 우연히 봤는데 당시 한신 노무라 가쓰야(현 라쿠텐 감독) 감독은 기어코 그 경기를 이기더군요. 당시 한신은 하위권이 확정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이야기를 WBC로 돌리면 지금 일본야구계와 매스컴은 치열하게 한국야구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유력지 닛칸스포츠는 2일 1면 톱 김광현, 2면 톱 김태균이었고, 3일 3면 톱은 추신수였습니다. 한국 스포츠지를 읽는 듯한 편집이죠. 1면 톱 마쓰자카 기사에는 ‘일본야구의 위신이 걸린 한국전에 등판’이란 문구가 눈에 띕니다. 예전에 비쳤던 우월감, 도발과 무시는 과거형이 된 기분입니다. 어쩐지 일본의 처절한 반성이 느껴집니다. 적어도 야구에서 만큼은 말이죠.
어찌 보면 일본에 대우받는 최선은 한수 배우자는 자세가 아니라 압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일본의 이 과열을 ‘한국을 향한 최고의 배려’라 해석하고 싶습니다.gatzby@donga.com
[화보]D-1! 코앞으로 다가온 WBC… 사진으로 보는 대표팀 분위기